사진<자연산야초와발효효소를 배우는 사람들(효사모)>님의 카페에서
용대리의 여름 / 임동확
1.
여전히 그 이름을 알아내지 못한 말의 나무, 어전 일인지 반쯤 죽어가는 기억의 나무가 장맛비 쏟아지는 강건너편에 서 있다
2.
설령 그게 뿌리칠 수 없는 운명의 역사라고 해도, 호우경보 속에선 수중보에 방치된 리프팅 고무보트처럼 모든 것을 놓아줄 수밖에 없다.
3.
테라스 나무탁자에 빗방울이 물고기처럼 튀어오른다
차오르는 강물에도 여전히 휩쓰려들지 않으려고 안간힘 하는 갈대, 길 너머 강가에 선 소나무가 신념처럼 가 볍게 흔들린다
어젯밤부터 범람하기 시작한 강물에 강바닥에 고여 있는 검은 낙엽들이 요동치고,
그새 어두워진 실내에서는 사랑의 기쁨과 슬픔이 뒤범벅된 가수의 노래가 한창이다
4.
건너갈 수 없는 강 건너편 도로확장을 위해 포크레인으로 깎아내린 절벽엔 붉은 흙탕물이 흘러내리고 연신 속초로, 원통으로 질주해가는 차량의 굉음이 알 수 없는 그리움의 세월을 불러 세운다
5.
그러나 오늘은 정말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았을지도 모른다
출처 : 2010 『시산맥』 상반기, p.19~20.
[약력]
임동확 시인
- 출생 : 1959년 1월 1일
- 학력 : 전남대학교 국문과 / 서강대학교 대학원 졸업 / 문학박사
- 등단 : `87년 시집 '매장시편'(민음사)으로 등단 / 그외 시집 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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