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달서포토>님의 카페에서
플랫이 있는 창 / 김현신
노을을 머리로 그려보는 저녁이다
성당의 돌기둥
색유리의 반짝임
노을이 쌓이고 모래바람이 분다
분수대 광장 앞에 앉아 랭스턴 휴즈의 시 몇 줄을
나에게 던져보는 저녁
수은등이 켜진다
신발을 잃어버리고 울었던 밤
사방에서 깨진 파편들이 반짝였다
손가락 사이로 핏덩이들이 튀어 오른다
교통사고는 아닌 것 같아;
마우스에 얹은 손등 위로 퍼지는
오르간의 선율
그 선율에 담겨 있을 노을
노트르담의 돌기둥
시월의 소네트
어떤 눈동자에 마음 베이는 저녁이다
당신을 만나 볼 것 같은 저녁
내 몸에서 시멘트 냄새가 난다
*출처 : 김현신 시인의 시집『나비의 신장은 붉다』, 현대시인선 9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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