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플랫이 있는 창 / 김현신

자크라캉 2010. 9. 7. 11:02

사진: <달서포토>님의 카페에서

 

 

 

랫이 있는 창 / 김현신

 

 

노을을 머리로 그려보는 저녁이다

성당의 돌기둥

색유리의 반짝임

노을이 쌓이고 모래바람이 분다

분수대 광장 앞에 앉아 랭스턴 휴즈의 시 몇 줄을

나에게 던져보는 저녁

수은등이 켜진다

신발을 잃어버리고 울었던 밤

사방에서 깨진 파편들이 반짝였다

손가락 사이로 핏덩이들이 튀어 오른다

교통사고는 아닌 것 같아;

마우스에 얹은 손등 위로 퍼지는

오르간의 선율

그 선율에 담겨 있을  노을

노트르담의 돌기둥

시월의 소네트

어떤 눈동자에 마음 베이는 저녁이다

당신을 만나 볼 것 같은 저녁

내 몸에서 시멘트 냄새가 난다

 

 

 

*출처 : 김현신 시인의 시집『나비의 신장은 붉다』, 현대시인선 96,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