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시

뎃상 / 김광균

자크라캉 2010. 6. 5. 12:58

사진<디지털사진여행>님의 카페에서

 

 

/ 김광균

                                 



향료를 뿌린듯 곱단한 노을 위에
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

먼----高架線위에 밤이 켜진다.
구름은
보랏빛 색지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목장의 깃발도, 능금나무도
부을면 꺼질듯이 외로운 들길

 


[시평]

 일반적으로 이미지는 감각적 이미지, 비유적 이미지, 그리고 상징적 이미지로 분류된다.1) 특히 이중에서 감각적 이미지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그런데 감각적 이미지의 유형 중에서도 기본이 되는 것은 시각적 이미지이다. 이것은 시각적으로 볼 수 있게끔 제시된 회화적 이미지를 말한다. 즉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선명한 시각 영상을 창조함으로써, 언어를 가지고 회화적 세계를 펼치는 것이다. 김광균의 이 시에서 저녁노을이 번져나가는모습을 마침내 밤이 오는 모습을 '향료를 뿌린듯 곱단한 노을' 또, '먼----고가선위에 밤이 켜지고'와 같은 구절들이 보여주는 시각적인 전이과정을 통해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독자들은 마음 속에 언어로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짙은 색 그림 보는 맛이다. 이 시는 시인의 외로움이 드러나 있지만 시 자체는 그야말로 뎃상에 그치고 있다. 저녁 노을의 뭉클한 풍경이다. 김광균의 장점이 잘 살아나 있는데 이런 시를 쓰는 사람은 감정을 드러내기 보다는 대상의 형상을 그리는 데 열중한다. 저녁 노을의 구름을 보고 "구름은/ 보랏빛 색지 위에/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라 했다. '마구 칠한' 이라는 부분이 더 감각적이다.
감정은 절제하고 풍경을 풍경으로 그려내는 그 백치감, 그것이 시의 묘미라 할 수 있다.2)

 

1) 「프린스톤 시학사전」에서는 정신적 이미지mental image, 비유적 이미지figures of speech, 상징적 이미지symbolic image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pp. 363~370. 참조.

2) 「한남일보」, 2009. 10. 9(금)일자, 「강희근 시인의 아침에 읽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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