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시인

구보 단편소설 ‘이발소’ 발굴

자크라캉 2010. 5. 10. 23:56

구보 단편소설 ‘이발소’ 발굴 -20091203,한겨레- 현대문학-작가 / 문학의 세계

2009/12/0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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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천변풍경'의 작가 구보 박태원(1909-1986)의 알려지지 않은 단편소설 한 편이 새로 발굴됐다.

계간 '작가세계'는 겨울호(통권 83호)에 구보가 1942년 발표한 단편소설 '이발소'를 수록했다. '이발소'는 1942년 8월11일 발행된 '매신사진순보' 294호를 통해 발표된 것으로, 근대서지연구회 회원인 신영수 씨가 작가세계 측에 자료를 제공하면서 빛을 보게 됐다.

에세이 성격이 짙은 이 소설은 화자의 이발 습관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 동소문 밖에 있는 자신의 단골 이발소 풍경을 소개하는 것으로 넘어간다.

시설이 빈약하기 짝이 없는 이 이발소는 샴푸 대신 빨랫비누를 쓰고, 수통도 없는 데다 드라이기도 늘 고장 나 있어 "또 찾고 또 찾고 하는 것이 내 스스로 괴이쩍"은 곳이다.

이곳에는 세 명의 이발사가 있는데 점심때마다 셋이 제비를 뽑아 일등은 공짜로 먹고, 이등은 제 몫만 내고, 삼등은 일등 몫까지 내는 '제도'가 있다.

소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만주 내기 제비뽑기를 하며 가벼운 말다툼도 하는 세 이발사의 모습을 보여준 후 "천하는 태평이엇다……"는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문학평론가 홍기돈 씨는 해제에서 "작품의 마지막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가 그려내고자 했던 세계는 '신체제질서'로 수렴되지 않는 태평하고도 명랑한 세계"라며 "같은 맥락에서 '이발소'는 (친일 성향의) 매신사진순보의 성격으로부터도 미끄러지는 측면이 강하다고 이야기해도 별다른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씨는 "'성문 밖'에서 구보는 '이발소'와 같은 작품들을 발표하면서 냉혹한 시대를 겉돌고자 하였다"며 "저항으로까지 나서지는 못하였으나 이 정도면 자신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고자 어느 정도 노력했다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작품이 몇 편만 더 발굴된다면 비슷한 시기에 쓰인 중국 고전소설의 의미를 해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친일 여부 논의를 진척시키는 데도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작가세계'는 이번 호에 '박태원 특집'을 마련해 발굴작 외에도 장남 박일영 씨가 쓴 회고문과 신형기 연세대 교수의 비평문, 김미지 서울대 강의교수가 쓴 문학적 연대기 등을 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