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제중.고28회동창회>님들의 카페에서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09년 올해의 좋은 시 1000[678]>
뼈 없는 뼈 / 박정원
내 몸속엔 뼈가 없지, 있다면
분해된 ㅂ 이나 ㅃ, 그걸 받히고 있는 작대기
아니면 유지내지 보수하느라 애쓰는 ㅓ 또는 ㅕ
강한 것이 아니라 아주 씁쓰름한 소프트아이스크림
단박에 부러지는 감나무가지가 아니라
송곳처럼 쭉쭉 잘도 뻗어가는 수대나무
그것들을 조각조각 꿰매어 조각보로 만들면
쓸모가 참 많지 손수건부터 멋진 머플러까지
후하고 불면 보이지 않던 바람도 보인다니까
신났어, 뼈 없는 찻잔이라나 유리컵이라나
가만히 주워모아 탁자에 놓으면
끼리끼리 뭔 말들이 그리 많은지
왔던 바람도 잽싸게 창밖으로 물러나곤 하지
뒤집어봐 물이 쏟아지잖아
뼈와 뼈를 이어주는 것도 물렁뼈잖아
물이었군, 내 몸에서 요동치는 것도
뼈가 아니라 뼛속 깊이 채워졌던 눈물이었군
물이나 먹어 라고 말하지 말았어야 했군
무심코 내뱉는 말이 곧 뼈였군
<월간『시문학』 2009년 2월호 발표>
[박정원 시인]
충남 금산에서 출생. 1998년 《詩文學》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세상은 아름답다』『그리워하는 사람은 외롭다』『내 마음속에 한 사람이』등 다수 있음. 현재 한국문인협회, 한국시문학회, 현대시인협회, 시인정신작가회, 강남시문학회, 송파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中.
'참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 수 없어요 / 한용운 (0) | 2009.08.09 |
---|---|
꽃미용실/정채원 (0) | 2009.07.21 |
행성관측 2 / 천서봉 (0) | 2009.07.14 |
얼룩 / 강인한 (0) | 2009.07.11 |
몸의 신비, 혹은 사랑 / 최승호 (0) | 2009.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