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어울림>님의 블로그에서
행성관측 2 / 천서봉
- 원룸
B102호, B103호..., 혹성의 이름 같은, 홀씨들이 벽마다 실금 긋는 방이다. 생의 캄캄한 산문을
위하여 아침은 햇살을 끌어다 담장 너머로 던져주는 집배원의 말간 손가락 같다. 밤새 누군가 유
리창에 쓰고 간 선명한 무늬들, 남루겠지, 서로 기대지 못한 것들은 모두가 궤도였네.
*
깊고 천박하여 내 잠은 알지 못했네. 밤이 어디로부터 와서 열병 앓는지, 서늘한 아궁이 속, 하
얀 운석의 사리들을 긁어 대문 밖에 내다놓는다. 푸른 쓰레기차를 보낸다. 저 빛을 따라가고 싶
어, 벽마다 뿌리가 자라는 방이라면 금 너머 어딘가 숲이 있었다는 뜻일까. 메아리 깊은 방, 하
나를 말하면 하나가 벌거벗고 돌아오는 방.
*
카타콤 같은, 기억은 쉽게 땅 위로 떠오르지 못한다. 그러나 길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문은 하
나이니까...., 중얼거리는 방. 두개 인 것 없는 방. 미라처럼 햇살이 쓸쓸함을 깊이 감아도는 방,
아무도 깨워주지 않는 방. <잠만 잘 분> 그렇게 구한 방. 자고 일어나 또다시 잠만 자는, 홀로
자전하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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