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트힐>님의 카페에서
피에타.1 / 이승훈
아버지는 바람을 일으킨다/나는 바람 속에 처박힌다/벌판에서 벌판의 피를 뜯어가지고/나는 다른 벌판을 만든다 //아버지는 홍수를 일으킨다/내가 만든 벌판이 떠내려 가므로/나는 홍수 속에 처박힌다/홍수의 얼굴을 뜯어가지고//나는 커다란 푸른 담요를 만든다 /아버지는 화재火災를 일으킨다 /내가 만든 담요가 불에 탄다 /나는 불 속에 처박힌다 //나는 불 속에서 불의 손톱을 뜯어 /공기를 만든다 불 속에서 내가 만드는 /공기를 아버지는 짓밟는다 나는 화상火傷을 /입는다 공기의 재를 털고 가까스로 일어나면 //새벽, 아버지는 악어를 찾아 떠나고 /나는 악어가 되어 헤맨다 /아아 하얗게 빛나는 피에타, /아버지가 나를 찾을 때까지 /나는 내 흔적이나 계속 지워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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