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시

해 / 신정민

자크라캉 2008. 6. 18. 11:44

사진<양산동면마을>님들의 카페에서 

/ 신정민

 

깊은 바다 어딘가에

해를 만드는 대장간이 있다

울렁이는 파도거죽을 들추면

쇳덩이 두들기는 메질소리

불이 괄하게 핀 화덕속에서

방금 꺼낸 시뻘건 쇳덩이 모루에 놓고

어둠 두둘기는 소리 들린다

쩍쩍 금이 가려는 해

풋울음 멈추고 제 울음 찾아 올 때까지

둥근 가장자리 반반해지도록 딤금질한다

맞을만큼 맞아야 빛나는 해

곰망치로 햇살을 편다

단쇠 냄새 뒤엉킨 풀무소리 그치면

나이테를 새긴 방짜해가

수평선 위로 쑤욱 떠오른다

감은 눈에도 새벽은 그렇게 온다 

 

[신정민 시인]

*  `61년 전북 전주 출생

`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詩 부문 당선

* `08년 시집 <꽃들이 딸꾹> , 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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