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간격 / 안도현

자크라캉 2008. 4. 17. 10:21

 

              사진<부자들의 재테크 투자모임>님의 카페에서-1958년 뚝섬

 

 

격  /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문학사상> 20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