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샌님>님의 블로그에서
[월간 「스토리문학관」 2007. 9월호]
캘리포니아 드림 / 김성수
반지하 봉제공장으로 맥풀린 햇빛이 스멀거리고
애벌레 마냥 미싱에 코를 박고 드르륵 가래를 뱉지 못한 오후가 답답하다
에미 옆에 앉아 도화지에다 데칼코마니 나비를 만들던 아이도 졸고
천 위에도 나풀나풀 나비떼가 우화 중이다
스팀 다리미질로 반들한 옷들이 날개를 단다 소리만 듣고도 비행운을 그으며
비행기가 날아가다 한 점 빛으로 소멸하는게 보인다
목을 빼고 쪽창으로 들어오려는 햇빛을 자전거가 자꾸 자르며 지나간다
자투리천을 꿰매 밥상보를 만들어 놓은 듯한 동네는 허기져 보인다
옷감의 엉덩이를 밀며 달리는 시간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듯 지루하고
말라 죽은 행운목의 그림자만 길다 비행기 한 대가 또 날아오른다
껌을 질겅질겅 씹는 카세트 라디오에서 캘리포니아 드림이
딸꾹질 중이다 참다못해 씹힌 테이프를 볼펜으로 다시 돌돌 말아
캘리포니아 드림을 다시 튼다 잘나가다 급브레이크를 밟는 꿈이 앞으로
쏟아진다 늘어졌어 이젠 버려 누군가 캘리포니아 드림을 버리자고 한다
졸던 아이가 나비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김성수 : <현대시> 등단, 난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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