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해당화의 POTO갤러리>님의 블로그에서
[계간시향 2008년. 신춘(29호)/현대시 50선]
[045]
주홍거미 /
산 13번지 2부 능선에 주소를 둔 목수는 손질을 끝낸
어망을 허공으로 던진다
하늘이 마름모꼴로 깨진다
하늘 밑에서 초병의 눈초리로 음모를 끝낸 목수
화려한 외출을 하던 하루살이의 몸통으로
허기를 채운다
어망에 걸린 산제비나비의 비문을 세우기도 한다
열대야가 심하던 밤
하늘에 걸어 놓은 어망 속으로 굶주린 솔개가 날아와
억센 발톱 몇 조각을 걸어 놓고 몇 끼의
욕망을 앗아 간다
살점이 떨린다
시퍼런 발톱 없이 외줄만 타던 주홍거미는
레이더의 주파수를 바늘 끝처럼 곧추세우고 또 다른
침입자의 심장소리를 탐지한다
섭리에 불복이라도 하듯 그는 솔개가 할퀴고 간
어망의 그물코를 떨리는 손으로 더 촘촘히 꿰맨다
허공으로 다시 어망을 던진다
날개가 있어도 추락할 수 있는 숲 속
발톱 달린 도시가 덫을 놓고 일용할 양식을 구걸하는 땅
모두
비 갠 날일수록
긴 발톱은 복면을 쓰고 있다
게재: 우리시 2월호
등단: 2006년 『경인일보』 신춘 문예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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