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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박두진 문학상 수상작품]
새는 너를 눈뜨게 하고 외 2편 / 천양희
이른새벽
도도새가 울고 바람은 나무쪽으로 휘어진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려나 보다
가지가 덜리고 둥지가 찢어진다
숲에서는 나뭇잎마다 새의 세계가 있다
세계는 언제나 파괴 뒤에 오는 것
너도 알 것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남은자의 고통은 자란다고 했을 것이다
생각해 보렴
일과 일에 걸림이 없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사는 것이라고
저 나무들도 잎잎이 나부낀다
삶이 암중 모색이다
가지가 찢어지게 달이 밝아도 세계는 그림자를 묻어버린다
일어서렴
멀리 보는 자는 스스로를 희생시켜 미래를 키우는 법이다
새의 칼깃 뒷에도 나는 자의 피가 묻어 있다
그러니 너는 네 하루를 다시 써라
쓰는 자의 눈으로 안 보이는 것은 없을 것이니
극복 못할 일이 어디에 있을라고
극복에도 바람은 있다
뒤어넘으려는 것이 너의 아픈 극복일 것이다
한계
새소리 왁지지껄 숲을 깨운다
누워 있던 오솔길이 벌떡 일어서고
놀란 나무들이 가지를 반쯤 공중에 묻고 있다
언제 바람이 다녀가셨나
바위들이 짧게 흔들한다
한계령이 어디쯤일까
나는 물끄러미 먼 데 산을 본다
먼 것이 있어야 살 수 있다고
누가 터무니 없는 말을 했다
먼 것들은 안돌아 오는 길을 떠난 것이다
이제 떠나는 것도
떠나고 싶은 마음보다 흥미가 없다
내 한계에 내가 질렸다
어떤 생을 넘겨도 동어반복이다
언덕 길을 오르다 말끝을 흐린다
마음아 그만 내려가자
수락산
능선이 먼저 바람을 맞는다 숲 아래 그늘 깊고
소나무 한자리에 우뚝하다 바위는 언제나
무덤덤 굳센 저것이 父性일까 왼갖 잡목들
무명초들 어치들 모여 있다 숨은 꽃들 그늘 뒤에
숨어서 피고 박새는 빠르게 둥지를 옮긴다 나도
오늘 나를 옮긴다 너무 오래 걸어온 발이 솔숲에
머문다 솔바람 소리 잠시 나를 당긴다 저 소리는
소나무가 적어 놓은 바람경이다 사람들은 다투듯 산에
들고 물은 무심한 듯 산을 버린다 들고 나는 것이
저 자리밖에 더 있을까 누구든 빠져드는 무진장계
오늘은 새소리가 명곡 같다 굽은 나무들이 선산을
지킨다고 우선 한 곡조 뽑는다 해지기 전에 나는
당고개를 넘어야 한다 그것 넘는다고 당장 마들이
나올까 솔새 날아가다 자리를 바꾼다 도계 가는 길
아직 멀고 상봉은 높으나 정상이 아니다 물끄러미
산 한번 올려다본다 마음이 또 정상을 올라갔다
내려온다 산이 가파른 듯 내가 가파르다 삶을
수락하려는 듯 나들을 다 지나고서야 겨우
수락산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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