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포나루 / 박정수
노을은 흐르는 강의 내력까지 잡아 삼켰다 백년 전 이곳의 흥정물은 소금이었다 굽이굽이 싱거워진 삶의 내력을 돋구는 데엔 소금이 제격이었다 때로 가뭄에 콩 나듯 오지 않는 기다림을 움켜쥔 채 몇몇은 쉽사리 불어나지 않는 강심을 애태우기도 하며 새벽 가까이 포구의 안쪽을 헤매었으리라 梨浦나루 東西간의 교류가 남한강을 묶어놓았던 곳, 상인들의 흥정은 멀리 장호원까지 들릴듯 끊어지지 않았고 내 가계의 내력도 그곳에서 시작되었음을 저 강은 알리라
강은 거울이다 무수히 변화된 일상들을 비추며 희부연 기억 하나도 놓치지 않는, 오랜 세월 침묵의 깊이만 어루만지고 있는 강은 금이 가지 않는 거울이다 할머니의 손맛은 川西理를 낳았고 그 기억의 맛은 강을 따라 서해 어느 비린 항구까지 닿았음을 소금들의 내력은 거슬러 거슬러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든 젖은 강에 손을 디밀면 그때의 흥정소리 지금도 만질 수 있다
*이포나루 :소금이 교역되던 곳
<최치원 신인문학상 당선 소감>
안성문학회 회원 경기도 안성시 당왕동 경남@ 209-1402
최치원 신인문학상 심사평
‘소리 미술관’‘김씨와 함께 늙어가는 것1’‘소설을 쓰다’‘눈이 부시다’‘143버스’‘아버지의 시계’‘딸꾹질놀이’‘에스컬레이터’‘강물형무소’‘이포나루’가 그 표제작들이다. 본심작품 수준 역시 시 전문 문예지 수준에 못지 않았다. 그러난 단 한 분의 신인을 모시는 자리여서 심사위원이 숙독하여 각각 1편씩의 작품을 정하기로 해서 ‘강물형무소’와 ‘이포나루’가 최종심에 남았다. ‘강물형무소’를 투고한 시편들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가작(佳作)이 많았다. ‘홍어’‘문상을 다녀오다’‘방파제 은하수’등이 그러했다. 특히 홍어의 경우, 만만찮은 입담이 출중했다. 시를 끌고 가는 힘에서 오랫동안 시와 싸워 온 저력을 읽을 수 있었다. ‘이포나루’는 단정한 시편들이었다. 꼭 필요한 것만 제 자리에 놓여있는 깔끔함은 군더더기가 없는 서정시의 진경을 보여주었다. 이 역시 오래 씨를 다듬어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강물형무소’는 보내온 시편에는 옥석이 섞여있었고, ‘이포나루’는 어느 한 편 나무랄 작품이 없어 완성도에서 앞선 ‘이포나루’를 최치원 신인문학상 당선작의 자리에 모셨다. ‘이포나루’는 좋은 시들이다. 5편의 작품으로도 시인의 목소리를 다 들을 수 있었다. 문장을 절제할 줄 하는 힘이 시의 힘이 되고 대상을 보는 치밀한 시선이 시의 눈이 되고 있다. 최치원 신인문학상을 문학의 발판으로 삼고 더 높고 더 넓은 시로 나아가길 바란다. 당선하신 분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투고하신 많은 분들에게는 다음 기회에 다시 만나는 좋은 인연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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