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디어다음뉴스>에서
외갓집 / 백석 (송준영 시인 해설)
내가 언제나 무서운 외갓집은
초저녁이면 안팎마당이 그득하니 하이얀 나비수염을 물은 보득지근한 복쪽재비들이
씨글씨글 모여사는 짱짱 짱짱 쇳스럽게 울어대고
밤이면 무엇이 기와골에 무리돌을 던지고 뒤울안 바낡에 째듯하니 줄등을 헤어달고
부뚜막의 큰솥 작은 솥을 모조리 뽑아놓고 재통에 간 사람의 목덜미를
그냥그냥 나려눌러선 잿다리 아래로 처박고
그리고 새�이면 고방 시렁에 채국채국 얹어둔 모랭이 목판 시루며
함지기 땅바닥에 넘너른히 널리는 집이다.
<저자의 약력>
1912년 평북 정주 출생. 본명 백기행(白?行). 1959년 오산고보 졸업 일본 동경 청산학원 영문학부 공부.
1934년 귀국 후 조선일보에 입사. 1953년 조선일보엥『定州城』을 발표하여 시작활동을 하며 36년에는 시집 『사슴』을 간행하다. 해방 후에는 북한에서 문필활동을 함. 1987년 『백석시선집』이 간행되었고, 1988년 전작시집 『가즈랑집 할머니』, 1989년엔 전작시집 『흰 바람벽이 있어』가 간행되었고, 1991년 미래사에서 한국대표시집 100선으로 선정되어 『맷새소리』가 간행 되었다. 백석은 일본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유학생 출신이지만, 그의 시는 민속토속언어를 통한 민족 본체성의 유지와 확보를 위해 누구보다도 �하였다
<감상>
까막득한 어린 날로 되돌리고 있다. 그 어린 날은 우리가 어렸을 때가 아니라, 아버지 할머니 증조할머니 그 할머니로 끝없이 유추하고 상상하게 하는 힘이 이 시에 읽힌다.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요소로 일관되는 시다. 다시 말해 토속적인 것이 시의 정황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토속이 바로 시를 쓰게 한 주된 목적으로 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토속적인 것이 이 시를 설정하게 하는 시적 미학이며, 시적 의미를 낳고 있다. 즉 '보득보득한', `복쪽재비`, `쇳스럽게`, `배낡`, `헤어달고`, `나려눌러선` `잿다리`, `고방 시렁`, `모랭이`, `넘너른히` 등의 시어들이 옹기종기 모여, 한국의 토속적인 옛날을 그리고 있다. 그들 하나하나가 나름대로 미적 분위기를 주며 시적미학으로 올려 놓고 있다.
번역이 되었을 때는 시적 미가 깨져버리기 때문에 그대로 읽으면서 상상하고 그리면 그 뿐이다. 어떤 보편성에 의해 시읽기를 거부학 있다. 백석 그만이 간직하고 있는 독특한 시맛이다.
<해설 송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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