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죽음의 식사 / 이수명

자크라캉 2007. 9. 5. 11:50

 

 

                                             사진<포동하우스>님의 블로그에서

 

음의 식사 / 이수명

 

그가 와서 테이블에 앉을 때

나는 사라진다.

나는 나타난다.

나는 나에게 밀려난다.

 

그는 테이블 위에 그를 내려놓는다.

그는 주머니 속 손을 내려 놓는다.

그는 두 눈을 내려 놓는다.

 

그는 식사를 한다.

그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는 눈 먼 식사를 한다.

그느느 폭음을 한다.

 

그는 입을 닫고 식사를 한다.

그는 그의 입 속에 들어 있다.

나는 부서지지 않는다.

미동도 않는다. 내가 방에 쨈을 바를 때

나는 결코 나를 본적이 없다.

내가 빵에 쨈을 바를 때

나는 이미 부서져 있다.

그는 이미 부서져 있다.

그는 살찐 빵을 뚫고 나간다.

그는 눈 먼 식사를 한다.

우리는 다시 죽는다.

 

그가 와서 테이블에 앉을 때

 

 

2007년 <현대시학>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