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포동하우스>님의 블로그에서
죽음의 식사 / 이수명
그가 와서 테이블에 앉을 때
나는 사라진다.
나는 나타난다.
나는 나에게 밀려난다.
그는 테이블 위에 그를 내려놓는다.
그는 주머니 속 손을 내려 놓는다.
그는 두 눈을 내려 놓는다.
그는 식사를 한다.
그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는 눈 먼 식사를 한다.
그느느 폭음을 한다.
그는 입을 닫고 식사를 한다.
그는 그의 입 속에 들어 있다.
나는 부서지지 않는다.
미동도 않는다. 내가 방에 쨈을 바를 때
나는 결코 나를 본적이 없다.
내가 빵에 쨈을 바를 때
나는 이미 부서져 있다.
그는 이미 부서져 있다.
그는 살찐 빵을 뚫고 나간다.
그는 눈 먼 식사를 한다.
우리는 다시 죽는다.
그가 와서 테이블에 앉을 때
2007년 <현대시학>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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