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하늘을 날으는 배 나온 해병 슈퍼맨>님의 블로그에서
[2007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시]
붉고 향기로운 실탄 / 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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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총나무에게 딱 걸려 발을 뗄 수가 없다
우듬지마다 한 클립씩 장전된 다크레드의 탄환들
그 와글와글 불땀을 일으킨 잉걸 빛 열매를 따 네게 건넨다
실은 햇솜처럼 피어오르는 네 영혼을 향하여
붉게 무르익은 과육을 팡팡 쏘고 싶은 것이다
선홍빛에 조금 어둠이 밴 딱총나무 열매에 붙어
이놈들 보게,알락수염노린재 두 마리가 꽁지를 맞대고
저희들도 한창 실탄을 장전 중이다
딱총을 쏘듯 불같은 알을 낳고 싶은 것이다
그게 네 뺨에 딱총나무 붉은 과육 빛을 번지게 해서
갑자기 확 산색이 짙어지고
내 가슴에서 때 아닌 다듬이질 소리가 들리고…
막장 같은 초록에 갇히면 누구든 한 번쯤 쏘고 싶을 것이다
새처럼 여린 가슴에 붉고 향긋한 과육의 실탄을
딱총나무만이 총알을 장전하는 게 아니라고
딱따구리가 나무둥치에 화약을 넣고
여문 외로움을 딱딱 쪼아대는 해 설핏 기운 오후
멀리서 뻐꾸기 짝을 부르는 소리 딱총나무 열매 빛 목청
딱총나무의 초록이 슬어 놓은 잉걸 빛 알들이
겨누는 위험한 숲 내 손을 꼭 잡는다.
/ 입력시간: 2007. 01.01. 15:35
2007 신춘문예 - 시] 당선소감 / 정재영
그동안 알게 모르게 습작기의 내 의식을 지배해 온 것은 새우처럼 웅크린 노숙자의 그 등이었다. 내 시는 웅크렸던 등을 대고 잠 한 번 깊이 청할 수 있는 따뜻한 구들장이 되지 못한다. 다만,나에게 있어 시는 남루한 생의 뜯어진 옷자락 사이로 언뜻언뜻 내비치는 흰 살빛 같은 각성이면 되었다. 20년 세월,내 지각은 너무 느려터지고 아둔했던 것일까? 내게 주어진 단서는 자명한 것이었지만 내 앞에는 늘 왜곡과 착시의 갈림길이 가지를 뻗고 있었다. 내 시에서 한 조각 살빛의 각성이 읽히고 삶의 결이 잡힐 때까지 나는 얼마나 더 내 무딤을 벼려야 하는가? 내 습작기는 지금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다. 생의 치열한 연소 속에서 내 시의 담금질과 메질은 계속될 것이다. 시와 삶이 서로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호작용만이 내 시의 방법론임을 잘 알기에 내 범상한 일상을 탓하기에 앞서 나는 앞으로 낯설고 거친 풍경을 찾아 모험도 불사하는 생의 에너지를 키우는 쪽으로 관심을 집중할 것이다.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엎드려 감사의 말씀 올린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빗나간 내 시의 안목을 바뤄 주시느라 노심초사 애쓰시고 심려가 많으신 박제천 선생님께 큰절 올린다. 직장 동료로서 늘 격려를 마지않았던 이영식,황상순 시인님 그리고 문학아카데미 시창작반 문우들과도 당선의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 곁에서 묵묵히 지켜봐 준 아내와 두 아이들과도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1952년 전남 승주 출생. 광주대,한양대 행정대학원 졸업. 국세청 행정사무관,현재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실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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