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녹비綠肥 / 정일근

자크라캉 2006. 12. 29. 12:35

 

                                      사진<눈꽃가야>님의 블로그에서

 

비綠肥 / 정일근

 

자운영은 꽃이 만발했을 때 갈아엎는다

붉은 꽃이며 푸른 잎 싹쓸이하여 땅에 묻는다

저걸 어쩌나 저걸 어쩌나 당신은 탄식하여도

그건 농부의 야만이 아니라 꽃의 자비다

꽃피워 꿀벌에게 모두 공양하고

가장 아름다운 시간에 땅에 묻혀

땅의 향기롭고 부드러운 연인이 된다

자운영을 녹비라고 부른다는 것

나는 은현리* 농부에게서 배웠다, 녹비

나는 아름다운 말 하나를 꽃에게 배웠다

꽃을 묻은 그 땅 위에 지금 푸른 벼가 자라고 있다

 

 

*울산시 을주군 웅촌면 은현리, 필자가 사는 산골마을.

 

2006년 <현대시학> 10월호

시집, 『착하게 낡은 것의 영혼』 2006.8, 시학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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