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렬 시인

작은 칼 / 고형렬

자크라캉 2006. 7. 1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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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카알>님의 플래닛에서

 

은 칼 / 고형렬

 

 

   장(臟) 속으로 은손을 넣어 잎사귀를 펼쳐줍니다 멀리

있으면 내 유년의 아침 동해를 달려가는 햇살로 고쳐줍

니다 아기 손보다 작은 은손이 그의 눈먼 장 속 한조각

통점을 찾아냅니다 그러면 하늘 속으로 사라지는 은촉이

되고 나는 만년설의 능선을 넘는 햇살의 망각처럼, 통증

없는 명료한 머리로 서울의 마천루 아침 그늘을 걸어가

고 있을 겁니다 그는 이러한 나를 그리워할 거입니다 이

빨 속에서 매미가 웁니다

 

 

 

 

<밤 미시령> 2006년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