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

가난뱅이에 장난감 /보들레르

자크라캉 2006. 7. 8. 17:06

 

 

 

 

 

 

 

 

 

 

 

 

 

 

 

 

 

 

 

 

 

 

 

 

 

 

 

 

 

 

 

 

 

 

 

 

 

 

 

                                         사진<훼인>님의 블로그에서

 

 

난뱅이의 장난감   보들레르

 

 

 

 

순진한 놀음을 하나 가르쳐 주겠다. 세상에 죄가 되지 않는 장난이란 퍽 드문 것이다.
아침에 대로를 거닐고 싶어서 집을 나올 때, 한 푼의 돈으로 살 수 있는 조그만 발명품(發明品)으로 호주머니를 가득 채워 두시오, ㅡ 이를테면 한 가닥 실로 움직여지는 한 가닥 꼭두각시라든가, 모루를 두드리는 대장장이라든가, 꼬리가 호각으로 돼 있는 말을 탄 기사(騎士) 같은 걸 말이오, ㅡ 그리고 술집이 늘어선 거리를 따라 걸어가다가, 가로수 아래서, 아무 곳에서나 만나는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그것을 주어 보시오. 그러면 그들의 눈이 엄청나게 커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오. 처음에 그들은 차마 손을 내밀지 못할 것이오. 그들은 자기들의 행복을 의심할 것이오. 그러다가 그들의 손은 얼른 선물을 잡아채어 달아날 것이오. 마치 사람을 믿지 못하는 버릇이 붙어, 던져 주는 음식물을 멀리 물고 가서 먹는 고양이처럼.
널따란 정원을 둘러친 철책 뒷 쪽 길 위에, 햇볕이 내리쬐는 아담한 저택의 하얀 벽을 배경 삼아, 멋들어진 산책복 입은 산뜻한 미소년 하나가 서 있었다. 사치와 태연, 그리고 어느 때고 몸에 배여 보이는 부유한 티가 이러한 아이들을 퍽 귀여워 보이게 하므로, 중류(中流)나 빈민의 어린이들과는 다른 반죽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어질 지경이다.
그의 옆 풀밭 위에는 굉장한 장난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것은 임자처럼 산뜻하고, 니스와 금을 칠하고, 자줏빛 옷을 걸치고, 깃털과 유리로 온통 장식되어 있었다. 그러나 소년은 제가 좋아하는 장난감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가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철책 반대쪽 길 위, 엉겅퀴와 쐐기풀 사이에 또 하나의 어린이가, 꾀죄하고, 허약하고, 그을음처럼 새카만, 빈민굴의 소년 하나가 있었다. 그러나 마치 감정가(鑑定家)의 눈이 마차 제조인의 니스칠 아래서도 이상적인 그림을 알아보듯이, 민일 이 소년으로부터 불쾌한 녹만 씻어 버린다면, 공평한 눈은 그에게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이 두 개의 세계, 대로와 저택을 갈라 놓은 그 상징적인 철책을 통해, 가난한 어린애는 돈 많은 아이에게 제 장난감을 보여 주니, 이 아이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진귀한 것이라도 바라보듯이, 그것을 뚫어지게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더러운 꼬마가 살을 박은 상자 속에 가두어 놓고 찌르고 흔들고 건들어
먹는 그 장난감이란 한 마리의 산 쥐였다! 그 애의 부모는, 아마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으리라, 일상의 생활 자체로부터 장난감을 끌어 냈던 것이다.
그리하여 두 어린이는 똑같은 하얀 이빨을 내놓고 형제처럼 서로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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