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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포토앨범>에서 | |||
대흥사 가는 길
/ 임곤택
[신춘문예 심사평]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구성, 깊이 있는 주제 형상화 돋보여
마지막 순간까지 남은 작품은 ‘대구머리 찜을 먹으며’(최숙자), ‘고물상 장씨’(금이정), ‘대흥사 가는 길’(임곤택) 등 세 편이었다. ‘대구머리 찜을 먹으며’는 일상적 소재를 통해 인간의 내면적 고통과 삶의 애환을 가다듬은 솜씨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대구머리 찜의 묘사와 일상적 삶의 반성의 교직이 작위적인 데다가 다소의 감상기가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고물상 장씨’는 배냇병신인 고물상 장씨의 삶과 폐품이 되어 고물상에 버려진 물건을 대비시킨 상상력과 단순한 비유법에서 느껴지는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러나 고물상 장씨의 배냇고물인 왼팔에 얽힌 사연이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재생을 꿈꾸는 사물과 인간의 욕망이 긴밀한 조응을 이루지 못했다. 이와 함께 ‘고물캉’과 같은 어휘가 시적 긴장감을 이완시켜 놓았고 “고물상을 동그랗게 에워싸던 불빛도 차츰 사그러진다”를 독립연으로 처리한 것도 애매했다. ‘대흥사 가는 길’은 첫눈에도 잘 다듬어진 작품임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별 군더더기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짜여진 구성과 평이한 어휘와 조사(措辭)를 통해 생사의 반복적 순환과 그 경이로움에 관한 깊이 있는 주제를 형상화한 솜씨가 녹록치 않았다. 이 작품이 주는 ‘잘 정제된 작품’이란 일차적 인상은 신춘문예 응모용이란 혐의를 주는 게 사실이지만, 작품을 이만큼 잘 만들어낼 수 있는 기량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과 함께 투고한 작품이 보여주는 고른 수준을 시 당선작으로 뽑는다. 앞으로 신인으로서의 개성적인 목소리를 갖추면 좋은 시인이 되리라 믿으며, 더욱 정진할 것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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