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제목 | '향수'의 시인 정지용 시비 일본서 제막식 | 글쓴이 | 문학사상 |
작성일 | 2005년 12월 23일 16분 12초 | 첨부화일 | |
내 용 | |||
- 고향 실개천 여전히
그리워 압천 (1924년) 정지용 압천 십리벌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날이 날마다 임 보내기 목이 젖었다… 여울 물소리… 찬 모래알 쥐여짜는 찬 사람의 마음 쥐어짜라. 바시여라. 시언치도 않어라. 역구풀 욱어진 보금자리 뜸뿍이 홀어멈 울음 울고. 제비 한쌍 떳다 비마지 춤을 추어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 오랑쥬 껍질 씹는 젊은 나그네의 마음 압천 십리벌에 해가 저물어… 저물어… 18일 교토 도시샤 대학에서 이인석 옥천문화원장(오른쪽) 등 한국과 일본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지용 시인의 시비 제막식이 열렸다. '향수'의 시인 정지용(1902~1950)의 시비가 18일 일본 땅에 세워졌다. 장소는 시인의 모교인 교토(京都) 도시샤(同志社)대학의 교정 한복판, 대학 후배 윤동주의 시비 바로 옆이다. 제막식은 이날 다바타 노부히로(田端信廣) 도시샤대 학장과 시인의 유족, 한국 문단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됐다. 시인의 대표작 '압천'을 새긴 가로 1.8m, 세로 1.2m, 너비 70cm 크기의 시비는 시인의 고향인 충북 옥천의 화강암으로 제작됐다. 다바타 노부히로(田端信廣) 학장은 "정 시인이 젊은 시절 문학 수업을 쌓던 교정에 시비가 세워져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시인은 1923년 이 대학 영문과 입학해 29년 졸업했다. 시인은 유학 중이던 26년 국내 문단에 등단했고, 일본 문예지에도 시와 수필 등을 발표했다. 윤동주 시비 옆에 정지용의 시비가 세워진 건 우연이 아니다. 시인 정지용을 흠모하던 청년 시인 윤동주는 정지용이 공부한 도시샤대학으로 유학을 결심한다. 42년 유학을 떠난 윤동주는 그러나 45년 사상범으로 몰려 일본에서 옥사한다. 훗날 이 사실을 알게 된 대학이 95년 윤동주 시비를 세웠고, 다시 10년 뒤 그의 스승이랄 수 있는 정지용의 시비도 세운 것이다. 이날 행사는 조국에서도 온전히 조명받지 못한 시인의 시비가 일본 땅에 세워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정지용은 1930년대 한국 현대시를 이끈 인물이다. 윤동주는 그를 스승처럼 여겼고, 조지훈.박목월.박두진 등 숱한 시인이 그의 추천으로 문단에 발을 디뎠다. 그러나 그는 잊혀진 존재였다. 남측에선 월북 시인으로, 북측에선 순수 시인으로 몰려 남북 모두로부터 외면당했다. 한국전쟁 중에 숨졌다는 사실도 2년 전에 알려졌다. 시비에 대표작 '향수'가 아니라 '압천'이 새겨진 것도 이유가 있다. '압천'은 시인의 교토 시절을 대표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압천은 교토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 가모카와(鴨川)를 가리킨다. 양쪽 둔치를 따라 이국풍의 카페가 즐비하다. 하여 낭만적 풍광 그윽한 가모카와는 파리의 세느 강과 곧잘 비유되곤 한다. 청년 정지용도 가모카와 강변을 거닐면서 시심을 키웠으리라. 거기서 고향 옥천의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을 떠올렸으리라. 시인은 압천을 바라보며 "날이 날마다 임보내기 목이 젖었다"고 노래했다. 정지용 기념사업회 오양호(인천대 교수) 회장은 "일본에 2002년 정지용 시선집이 번역 출간되면서 일본 학계의 재평가가 이뤄졌다"며 "이제라도 시비가 건립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비 건립은 해마다 5월 지용제를 열고 있는 옥천군과 옥천문화원이 주관했다. 교토=예영준 특파원 - 중앙일보. 2005년 12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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