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풀새
옥상 구석 빈 분에 돋는 풀을 뽑다가 멈칫 손끝에 찌르르~ 전해오는 떨림,
어! 이건 초록 새다. 새 잎의 날개 활짝 펴 종종종 발레를 하는 풀, 내 손등
을 간지럼 태우는 풀, 흙에서 막 깨어 난 풀에게"애기풀새야"하고 부르면 이
슬눈으로 나와 눈맞춤을 한다. 어느새 내 눈이 투명해져 보이는 것마다 참
맑 다. 이때 포르르 날아 내리는 한 무리 참새 떼, 무어라무어라 재재거림에
내 입술이 간지럽다.
나의 시 쓰기/ ‘사물과 내가 하나되어’ -송시월
탈관념의 창작시론인“꽃의 문답법”을 읽었다. 그 이후,나의 관심은
생명 탐구쪽으로 기울어졌고, 그 대열에 끼어들게 되었다.
새로움에 대한 기대 이면에는 늘 두려움과 회의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서구적 이원론에 갇혀 있던 내가, 사물의 본질은 하나라는
인식에 이르기까지는 무려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암벽 깨기보다 더 힘든 작업이었다. 이제야 어떤 사물의 상처를 보면
내 몸이 아 파옴을 느낀다.
詩流동인의 한 사람으로 4년 전 오남구 시인을 중심에 두고
'디지털리즘'을 선언했다. 이후'말하기(telling)'가 아닌
'보여주기(Showing)'의 시 쓰기를 시도한다.
어떤 사물과의‘눈맞춤(靜觀)’을 통하여
직관한 생명의 절편(Unit)을 카메라로 찍듯(접사하거나 염사하여)
언어로 묘사하는 기법이다. 이때 사물들이 저희끼리 동화되고 공명하고
울림을 일으키어 내가 할 말을 대신해 준다.
(다만 시는 언어를 통해 태어나는 특성 때문에 내가 쓰는 언어는
지시적 기능만으로 제한된다)
이것이 내가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다지털적 시쓰기, 즉
생명탐구의 한방법이다. 나의 확장된 인식이
디지털 카메라의 기법을 통해 시로 태어난다고 하겠다.
'시 창작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어적 섬에 갇힌 詩들 / 김용식 (0) | 2006.03.22 |
---|---|
[스크랩] 탈관념의 Showing (0) | 2006.03.20 |
생명력 있는 시를 쓰려면 신경림 (0) | 2006.03.18 |
12월의 말 /이어령 (0) | 2006.03.14 |
시를 쓰는 세 단계 / 이형기 (0) | 2006.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