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 안시아
바닷가 선창,
다리 하나 부러진 의자가 있다
거뜬히 서 있을 수 있다는 듯
세
개의 앙상한 다리만으로도
텅 빈 허공을 버티고 있다
다리를 잃은 후 스스로 버려져
이곳까지 떠나왔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의자는 어느 곳 하나
은밀한 곳이 없다 오직
버티기 위해 살아왔을 뿐,
그 꼿꼿한 중심이 평생 의자를
의자로만
눌러 앉힌 것이다
의자에 앉아본다
으랏차차! 무게중심이 급기야
잃어버린 다리 쪽으로 엉덩방아를 찧게
한다
멍울진 자리 덮어주던 파도가
흠칫 놀라 한 걸음 밀려나간다
이제 의자의 중심은
그 위에 앉는 엉덩이의 몫이다
스스로 중심을 잡는 사람만이
의자를 쓰러뜨리지 않을 수 있다
의자에 앉기 전 언제 한번
의자를 배려한 적 있었던가
다시 의자를 세워 놓는다
다리가 세 개이고도 여전히 의자인 의자 하나가
부러진 다리의 무게중심을 서로 나눈 채
바닷바람을 버티고 있다
의자가 걸터앉은 백사장을 보라
중심 없는 것들만 휩쓸려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