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당선작

[스크랩] [김광희] 바람 들어 좋은 날 - 2006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자크라캉 2006. 2. 22. 10:45

  2006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바람 들어 좋은 날

 

                                  김광희

 

도마 위에 퍼덕이는 순풍씨는요 한 마리 바다여

입이 댓 발 나온 분녀가 단칼에 기절시키고

바닥만 긴 미주구리* 아랫도릴 올려쳤거든요

성난 파도로 일어서던 비늘이

날 무딘 칼날에 힘없이 쓰러지데요

두터운 파고를 한 숨에 쓰윽 떠냈어요

대추씨 만한 부레

저렇게 작은 꿈 가지고 태양 향해 펄떡였던가 봐요

물컹한 가문에 뼈대라도 세우려는지

발라낸 뼈에서 활시위처럼 탱탱한 시간이 꽉 찼어요

가실 삼켰던지 살 속 깊이 박혔네요

바람 부는 데로 출렁였던 것은 고통의 몸부림이었던가

천 날 만 날 바람 들락였을 허파는 다 녹아 없어지고

참빗 같은 아가미에 그 바람 걸렀던 것 같아요

어딜 쏘다녔던지 얼룩진 상처 비릿한데

바다 깊은 심장 속에서 헤엄치는 분녀

 

꼬들꼬들 바다를 씹는 달디단 성찬 차려

황홀한 순풍씨, 쇠주 한 잔 받으셔

 

 

*미주구리: 물가자미의 경상도 사투리

김광희 作

 

 

출처 : 시와 시인
글쓴이 : 이동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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