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편의 응모작 가운데 함민복 이정록 시인의 엄격한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우이정의 ‘빈컵’외 정재영의 ‘밤톨, 다이아몬드’외 등 17분의 시 70여편이었다. 다시 심사위원 두 사람이 나누어 읽고 추려낸 것은 김영식의 ‘떠들썩한 식사’외, 김명희의 ‘노트북’외, 이지혜의 ‘곰달래길 사람들’외, 정재영의 ‘손이 쥔 손’외, 그리고 정용화의 ‘금이 간 거울’외 등이었다. 이 작품들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최종 논의의 대상이 된 것은 ‘곰달래길 사람들’, ‘손이 쥔 손’, ‘금이 간 거울’등 3편이었다. ‘곰달래길 사람들’은 안정된 시 정신과 표현이 너무나 모범적인 것이어서 좋은 작품으로 판단되었으나 바로 그점이 동시에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또한 ‘손이 쥔 손’은 너무 작품성이 농익어 그만 터져버릴 것 같은 원숙함이 장점이었으나 동시에 그것이 신인다운 패기나 신선도에 있어 아쉬움으로 작용하였다. 오랜 고심과 논의 끝에 ‘금이 간 거울’을 당선작으로 결정할 수 있었다. 당선작은 작품의 완성도도 높고 시적 사유의 깊이 또한 갖추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예리하고 신선한 감각이 신인으로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아픔 속에서 반짝임이 나온다/반짝이는 모든 것은/오랜 어둠을 견뎌온 것이다//금이 간다는 것은/또 다른 세상으로의 통로다’라는 구절등에서 볼 수 있듯이 틈의 틈을 날카롭고 섬세하게 들여다봄으로써 어둠 속에서 빛이, 무에서 존재가 생성되고 존재가 비로소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존재론적 사유를 보여주는 것도 장점과 가능성으로 부각되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하면 좋은 시인으로 성장해갈 것을 믿고 우리는 이 작품과 시인을 당선작으로 선정할 것을 합의할 수 있었다. 당선자의 각고 정진과 선외 예비 시인들의 새로운 분발을 기대하고 희망한다. 심사위원 김재홍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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