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울무역>블로그에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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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프의 회고록
심은섭
나의 스카프는 슬픈 가을 한 장이다.
그 스카프 속에는 잘 익은 두어 개의 사랑과
준비하는 이별이 함께 산다.
결코 돌아올 수없는 추억이 있고
시간에 흔들리며 어둠을 푸는 몇 개의 낭만이 있다
나의 스카프는 하얀 눈물 한 방울이다.
그 스카프 속에는 내 손금을 닦아주던 강물과
아리아를 불러주던 긴 속눈썹이 산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애증과
달빛이 한 여인의 울음을 비우는 골목이 있다.
나의 스카프는 지난여름에 피었던 능소화다.
그 스카프 속에는 등이 굽은 세월과
립스틱을 태워버린 홍등가의 백열등이 홀로 산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초가집의 저녁연기와
물집이 돋은 입술로 가난을 물고 있는 유년이 있다
나의 스카프는 철없는 유년의 발자국이다
그 스카프 속에는 푸른 초경의 설렘과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안고 사는 간이역이 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역사의 뒤안길에서
지느러미를 흔들며 플랫폼을 벗어나는 완행열차가 있다.
-출처 : 2018년 『심상』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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