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다음백과사전>에서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심은섭
옷소매를 통과하던 두 팔이 달아나고, 그 자리에 달의 뒤편으로 뻗어가던 내 어둠이 채워졌다 그 어둠 속에서 누가 나를 집어 삼키고 내 손금마저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시나브로 아침을 통과하지 못한 저녁으로 자랐다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폐경의 꽃이 하혈을 했다 그는 마지막 숨을 몰아내고 나사못 같은 부리로 나의 어둠을 쪼아대며 유방 하나를 떼어 내 입술에 걸어 주었다 그럴수록 달아났던 두 팔은 회향의 시간을 기억하지 못했다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자본에 조련된 한 구의 시체가 흰 기둥에 걸린 출근 인식기를 통과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해독하지 못하는 문장이었고 그 두 손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나의 영정사진이 들려 있었다
-2016년 ⟪강원문학 제48집⟫재수록
<약력>
* 심은섭
* 문학박사
* 시인 and 문학평론가
* `04년 시 전문지 월간『심상』으로 시인 등단.
* `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詩부문 당선.
* `08년 『시와세계』로 <문학평론가 > 등단
* (현)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
'나의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은섭-(평론)트라우마로 생애를 통찰하는 시간 (0) | 2016.12.15 |
---|---|
[평론]보편적 일상세계의 숲에서 ‘有’의 재발견-심은섭(모던포엠 2016년 11월호) (0) | 2016.11.18 |
심은섭 - 어느새(2016년 <시와세계> 가을호) (0) | 2016.09.21 |
심은섭- 시의 강을 건너려는 시인의 아우성(정계원 시인)-모던포엠 9월호 평론 (0) | 2016.09.17 |
두불頭佛 - 심은섭 시인(웹진 『시인광장』 2016년 8월호 발표) (0) | 2016.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