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http://fendee.egloos.com/10713929?srchid=IIM7bibU200>에서
‘비’에 사람들이 젖다. 3 /
비는 한강철교 제3교각 15번과 16번 사이의 받침목이고
비는 맨발이 빠져 나간 빈 양말이다
비는 강물을 걸어도 발바닥이 젖지 않는 스턴트맨이고
비는 통금에 걸린 새벽 두 시가 갇힌 44호 독방이다
비는 은빛여우가 야행성 발자국을 남긴 한낮이다
비는 척추분리증의 고통에 시달리는 플라톤의 아내이고
비는 불법체류자들의 불안을 굽는 달빛이다
비는 연탄불이 꺼진 쪽방에서 부르던 혁명가의 노래다
비는 한 슬픔이 또 한 슬픔을 데려간 칭얼거림이고
비는 천 원짜리를 불러모으는 엄마의 굵은 팔뚝이다
비는 봉선화 물든 손톱이 빠져나간 뒤에 온 첫눈이고
비는 깡소주에 날마다 공사장 인부들이 입는 화상이다
비는 수취인의 부재로 반송된 한 통의 e메일이다
비는 쥐가 갉아 먹은 옥수수로 허기를 채우던 아침이고
비는 영상편지를 쓰다가 우는 캄보디아 여인이다
비는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총구의 붉은 화색이다
비는 은방울을 흔들며 술병 속으로 사라진 흰 당나귀다
출처 : 2011년 『주변인과 시』 봄호
[약력]
[심은섭 시인]
l `04년 시 전문지 월간「심상」신인상으로
l `06년 「경인일보」신춘문예 詩부문 당
l `06년 제1회 「5.18문학상」 수상
l `08년 「시와세계」로 <문학평론가> 등단
l `09년 제7회 「강원문학 작가상」 수상
l 시집으로 『K 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문학의전당, 2009)이 있음.
l 현 관동대학교 <현대시창작법>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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