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비’에 사람들이 젖다. 3 / 심은섭

자크라캉 2011. 6. 2. 08:55

        사진<http://fendee.egloos.com/10713929?srchid=IIM7bibU200>에서

 

 

 

 

 

에 사람들이 젖다. 3 / 은섭

 

 

비는 한강철교 제3교각 15번과 16번 사이의 받침목이고

비는 맨발이 빠져 나간 빈 양말이다

비는 강물을 걸어도 발바닥이 젖지 않는 스턴트맨이고

비는 통금에 걸린 새벽 두 시가 갇힌 44호 독방이다

비는 은빛여우가 야행성 발자국을 남긴 한낮이다

비는 척추분리증의 고통에 시달리는 플라톤의 아내이고

비는 불법체류자들의 불안을 굽는 달빛이다

비는 연탄불이 꺼진 쪽방에서 부르던 혁명가의 노래다

비는 한 슬픔이 또 한 슬픔을 데려간 칭얼거림이고

비는 천 원짜리를 불러모으는 엄마의 굵은 팔뚝이다

비는 봉선화 물든 손톱이 빠져나간 뒤에 온 첫눈이고

비는 깡소주에 날마다 공사장 인부들이 입는 화상이다

비는 수취인의 부재로 반송된 한 통의 e메일이다

비는 쥐가 갉아 먹은 옥수수로 허기를 채우던 아침이고

비는 영상편지를 쓰다가 우는 캄보디아 여인이다

비는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총구의 붉은 화색이다

비는 은방울을 흔들며 술병 속으로 사라진 흰 당나귀다

 

 

  

출처 : 2011주변인과 시』 봄호

 

 

 

[약력]

 

프로필 이미지

 

[심은섭 시인] 

 

                                                 

l      `04년 시 전문지 월간「심상」신인상으로

l   `06년 「경인일보」신춘문예 詩부문 당

l   `06년 제1회 「5.18문학상」 수상

l   `08년 「시와세계」로 <문학평론가> 등단

l   `09년 제7회 「강원문학 작가상」 수상

l 시집으로 『K 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문학의전당, 2009)이 있음.

l   현 관동대학교 <현대시창작법>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