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울투데이>에서 캡처
지명수배 제1호 /
-봄-
그는 겨울을 살해한 사형수다 온 몸에 살구꽃 문신이 새겨져 있다 어느 그믐날, 2월의 담장을 넘어 탈옥하여 긴급 지명수배되었고, 인상착의는 벚꽃을 빼닮았다 새들은 몽타주가 인쇄된 수배 전단지를 물어다 온 나뭇가지에 걸어 놓았다
순찰을 돌던 배추흰나비가 그를 체포했을 때 동물원의 침팬지들이 술렁거렸다 아무도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고, 하지만 그의 전신엔 태양의 모발이 바늘처럼 자랐고, 동면에서 깨어난 비단뱀이 사냥을 위해 앞발을 손질했다
그가 들판에 구금되던 날, 자폐증을 앓던 패랭이꽃은 우울의 끝이라고 단정했고, 흰 피를 흘리며 순교를 꿈꾸던 암탉은 일곱 마리의 어둠을 부화했다 벽난로가 이마를 식힌다 내 목덜미를 할퀴던 바람도 방죽에 앉아 손톱을 깎는다
출처 : 2011년, 「시평」, 봄호 / 5.18기념재단「주먹밥」32호
[약력]
[심은섭 시인]
l `04년 시 전문지 월간「심상」신인상으로
l `06년 「경인일보」신춘문예 詩부문 당
l `06년 제1회 「5.18문학상」 수상
l `08년 「시와세계」로 <문학평론가> 등단
l `09년 제7회 「강원문학 작가상」 수상
l 시집으로 『K 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문학의전당, 2009)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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