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텍스트성과 시 창작
차례
1. 문제의 제기 - 상호텍스트성과 문학교육
2. 대상 텍스트의 분석적 이해
3. 상호텍스트성과 그 의미작용
4. 효과적인 교수법과 활용
5. 결론
1. 문제의 제기 - 상호텍스트성과 문학교육
한 편의 텍스트가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획득한다고 할 때, 우리는 무수한 다른 텍스트들과의 관계 속에서 언제나 다시 읽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한 편의 텍스트는 다른 텍스트와의 관련성 속에서 끊임없이 수정되는 과정을 통해 상상력의 창조는 물론 의미작용의 입체성과 다성성을 획득하게 된다. 헤롤드 블룸은 "엄밀한 의미에서 텍스트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텍스트와 텍스트의 관계만이 존재한다"고 할 정도로 영향관계를 중시한다. 모든 작품은 다른 작품에 대한 부정·부활·변형이며, 각각의 작품은 유일한 실체인 동시에 그것의 비유에 해당하는 다른 작품에 대한 해석이라는 옥타비오 파스의 관점은 근대 이후 메타 언어의 활성화에 그 이론적 토대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개개의 언술들이 서로 상대방의 존재를 드러내주고 대화적 배경의 구실을 하는 상호관계 속에 들어간다는 바흐친의 대화이론과도 관련된다. 바흐친의 이 대화이론은 토도로프에 의하여 상호텍스트성의 개념으로 명명된다.
토도로프에 의하면 상호 텍스트성은 인용, 표절, 복사, 모방, 혼성모방, 패러디, 의견일치, 의견중첩, 목소리의 배합과 중첩 등 공시적이고 통시적인 다양한 영향과 수용관계를 비롯한 텍스트와 텍스트 사이의 모든 상호관계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이론은 플레트에 의하여 더욱 확장되는데, 그는 '텍스트들의 우주'(universe of texts)라는 개념을 활용, 개별작품의 차원은 물론 서로 다른 텍스트들 사이나 장르가 다른 텍스트들 사이에서 모든 텍스트는 전텍스트와 후텍스트의 상관관계를 맺으며 '텍스트들의 우주' 사이에서 간텍스트(inter-text)의 형태로 태어나게 된다는 이론을 펼친다.
영향, 대화이론, 상호텍스트성으로 점차 구체화되어 온 상호텍스트성의 이론에서 우리는 한 작가의 작품 내에서 나타나는 내적 범주의 상호텍스트성인 내적텍스트성(intratextuality)도 포함시킬 수 있으며, 아울러 상호텍스트성의 대상도 동일장르 텍스트뿐만 아니라 장르가 다른 텍스트, 비문학적인 인접장르까지 다양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한 작가의 작품들 사이의 관계, 한 작가의 작품과 다른 작가의 작품 사이의 관계, 나아가 장르를 초월한 모든 텍스트 및 인접 대중문화·예술장르 작품 사이의 관계를 함축하는 의미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문학작품에서 나타나는 담론의 상호텍스트적 접근은 인간이 스스로 전체 모습을 볼 수 없고 부분적으로밖에 실현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발원하며 대상의 총체적이고 완전한 인식과 자아인식의 완성을 위해, 그리고 창작 방법의 개발과 동기의 유발을 위한 과정으로 그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제7차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작품의 수용과 창작 활동을 함으로써 문학적 감수성과 상상력을 기른다", "개작, 모작, 생활서정의 표현"과 "자신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지어 지도한다"는 문학적 글쓰기의 원칙과도 부합되는 것이다.
본고는 앞서의 논의와 같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인간의 모든 창조적 글쓰기와 독서행위는 대화적 상상력을 주고받으며, 인간의 대화적 상상력은 인간의 불완전한 표상능력과 인식능력을 타자와의 대화를 통해서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 속에서 탄생한다는 견지에서. 서정주의 「 韆詞」와
2장에서는 개별 텍스트의 의미분석을 시도한다. 여기서는 내적텍스트성을 밝히는 작업도 시도된다. 3장에서는 이를 토대로 관련분석을 시도하고, 상호텍스트성의 근거를 밝히고자 한다. 분석과정에서 주된 분석의 대상이 되는 네 편의 시를 주로 분석하되 보다 정치하고 확대된 분석을 위해 상호텍스트성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추정되는 다른 텍스트들의 분석과 병행하고자 한다. 4장에서는 그 결과를 시 교육 및 시 창작교육과 연계시켜 학습자의 문학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2. 대상 텍스트의 분석적 이해
상호 텍스트성을 찾아내기 위한 선행단계로 대상 텍스트의 의미분석을 시도해 보기로 한다. 서정주의 「 추韆詞-春香의 말 壹」(1947)과
2-1 「 추韆詞」의 분석
『문화』1947년 10월호에 발표된 「 韆詞」는 「다시 밝은 날에」, 「춘향유문」과 함께 '춘향의 말' 3부작에 속하며 영원성의 탐구과정을 보여주는 시로 읽힌다.
향단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 밀 듯이,
향단아
이 다수굿이 흔들리는 수양버들 나무와
벼갯모에 뇌이듯한 풀꽃뎀이로부터,
자잘한 나비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조 내어밀듯이, 향단아
산호도 섬도 없는 저 하눌로
나를 밀어 올려다오.
채색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다오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다오!
서으로 가는 달 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를 일어 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다오
향단아.
-
서정주의 이 연작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춘향전』이 가지고 있는 속성과 관련된다. 말하자면 고전소설과 판소리의 텍스트를 통하여 한국인의 심성 속에 내재되어 있는 보편적인 감정인 사랑과 이별의 테마를 뛰어난 미학적 형식 속에 담아, 탁월한 호소력과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이는 동시대 및 후대 작가들에게 상호텍스트성의 근거를 제공하기에 가장 알맞은 환경이며, 이는 상호텍스트성의 교육에도 크게 유효하다고 판단된다.
서정주의 필생의 화두인 '영원성'을 내적 논리로 확보하고 전개하는 데는 『춘향전』만큼 적합한 모델은 달리 없었을 것이다.
이 시에서 춘향의 사랑의 괴로움, 인간으로서의 운명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도구가 그네와 배인데, 우리는 여기서 배와 그네, 배를 내어미는 동작과 그네를 미는 동작 사이의 완벽한 대응이 시의 틀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배가 그네의 보조적인 위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대등한 가치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 시의 장면구성과 시행과 연의 배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1연에서는 그네와 배의 의미작용이 균일하게 이루어지다가, 2연에서는 그네와 관련된 소재들로 시행이 구성되고(비, 꾀꼬리 등이 모두 언덕을 이루는 매재들), 반대로 3연에서는 배와 관련된 소재들(산호, 섬, 채색한 구름)로 시행의 의미작용이 이루어진다. 그러다가 4연에 오면 자아가 동경하는 영원성의 상상적 충족 욕망으로 산출된 시행들로 짜이며, 다시 5연은 배("바람이 파도를 밀어올리듯이")와 그네("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다오")가 균등하게 의미작용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는 1연과 5연, 2연과 3연이 완벽한 대응을 이루는 가운데, 4연이 가장 중요한 의미작용을 하는 것으로 배치, 모든 행과 연이 4연 쪽으로 수렴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의미작용의 최정점에 있는 "서으로 가는 달 같이는/나는 아무래도 갈수가 없다"가 시인의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그네의 반복적인 평행(밀다) 상하운동(올리다)은 현실초월의 욕망이 인간의 한계(적 본질) 때문에 계속 좌절될 수밖에 없는 비극적 운명을 상징한다. 즉 이 시에서 그네는 자아를 영원성으로 밀어올려주는 초월의 매개자인데, 그네의 반복적인 진자운동은 지속적으로 천상에 머무를 수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고, 일시적으로 하늘에 올라가는 것마저도 이 시에서는 타자('향단')의 도움으로 가능하다는 수동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상승도 안 되지만 더더욱 큰 문제는 달 같이 갈 수 없다는 것에 있다. 따라서
이상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 韆詞」가 영원성을 자아의 세계 이해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발전,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논리적 기초를 마련한 작품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2 「배를 매며」, 「배를 밀며」, 「마당에 배를 매다」의 분석
이러한 점에서
아무 소리도 없이
무슨 신호도 없이
등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깜짝 놀라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배를 매보는 일은 이 세상에서의 참으로 드문 경험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와 닿는다
사랑은,
우연히 호젓한 부둣가에 앉아 있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찌할 수 없이
배를 매게 되는 것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그리고 그 근처의 물결까지도 함께
매어진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빛 가운데 배는 울렁이며
온종일 떠 있다
-
이 시에서 배는 사랑의 정서적 매개체로 기능한다. 연작 2와 짝을 이루는 이 시는 사랑을 체험할 때 환해지는 생의 황홀함을 다루고 있다. 1연은 "참으로 드문 경험"처럼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사랑의 경험을 배를 매는 행위로 묘사한다. 2연은 사랑의 은유인데, 사랑은 혼자 갖는 것이며 숙명적인 것으로 진술된다. 3연은 사랑하는 순간의 황홀을 다루고 있다. 바닷물 위에 떠 있는 배, 비치는 구름, 번득이는 빛, 시간의 존재감은 사랑의 감정과 잘 연결되면서 시간과 공간이 더욱 깊어지고 존재의 느낌이 무한히 강렬해지는 순간의 체험을 묘사하고 있다. 4연은 사랑이라는 것의 실감과 내적 울림을 묘사한다.
사랑은 어느 순간에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찾아오며 '나'는 어쩔 수 없이 매이게 된다. 또한 사랑의 감정은 감미롭고 미묘한 설렘으로 한 순간도 쉬지 않는 움직임으로 형상화된다. 매여 바닷물에 정박중인 배는 빛의 환한 기운 가운데서 제 한가로운 심사대로 조용조용 흔들리면서 시간에 몸을 담근 채로 주변의 모든 것과 호흡을 같이 한다. 이는 창작 주체의 입장에서는 사물을 전 우주적 질서 안에서 숨결을 나누고 있는 존재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배를 민다
배를 밀어보는 것은 아주 드문 경험
휘번득이는 잔잔한 가을 바닷물 위에
배를 밀어넣고는
온몸이 아주 추락하지 않을 순간의 한 허공에서
밀던 힘을 한껏 더해 밀어주고는
아슬아슬히 배에서 떨어진 손, 순간 환해진 손을
허공으로부터 거둔다
사랑은 참 부드럽게도 떠나지
뵈지 않는 길을 부드럽게도
배를 한껏 세게 밀어내듯이 슬픔도
그렇게 밀어내는 것이지
배가 나가고 남은 빈 물 위의 흉터
잠시 머물다 가라앉고
그런데 오, 내 안으로 들어오는 배여
아무 소리 없이 밀려들어오는 배여
-
이 시는 배를 미는 행위와 그 이후의 동작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밀다'라는 동사는 '민다', '밀어본다', '밀어넣는다'(1연), '밀어준다'(2연), '밀어낸다'(4연) 라는 변화를 보일 정도로 많이 나타나면서 형식적으로는 이 시의 중심 축을 형성하는 듯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밀고 난 뒤의 마음의 상태에 비중이 실린다. 즉 이 시의 미는 동작은 맑은(환한) 순간의 체험을 환기하기 위해 쓰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적 화자는 사랑의 상실이라는 감정을 배를 미는 경험으로 치환함으로써 감정을 적절히 조절하는 거리를 확보하고 있는데, 아슬아슬히 배에서 멀어진 손이 환해진다는 표현이 시의 핵심부분으로 설정되면서 한 차원 높은 사랑으로 승화되고 있다. 1연은 배를 미는 동작의 세부 묘사를, 2연은 밀고 난 뒤에 형성된 고양된 마음의 상태('환해진 손')를, 3, 4연은 이 마음의 상태에서 얻어진 사랑과 슬픔에 대한 잔잔한 깨달음을, 5연은 상처가 가라앉혀져 차분해진 마음을, 6연은 그 잔잔한 마음이 다시 출렁이며 추억의 시간 속으로 회귀하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창작주체는 '환해진 손'이라는, 그가 도달한 맑은 순간의 체험을 통해 모든 세세한 이별과 슬픔의 감정을 관조하며 다스릴 수 있는 원숙한 시선을 확보한다. 이 승화된 사랑 속에서 모든 이별과 슬픔은 더 이상 슬픔도 이별일 수도 없으며 부드럽게 초월된다. 그러나 그것도 계속 지속될 수는 없는 것이니 차분해진 마음에 다시 찾아온 사랑의 감정에 휘말린다는 전언을 독자에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 밀어낸 배는 다시 들어옴으로써 순환의 구조를 형성한다. 그러나 그 순환은 그네의 동작처럼 빠르고 규칙적이지는 않다. 창작 주체는 '배'라는 객관적 상관물과 미는 행위, 그 이후에 일어난 손의 이미지를 통해 사사로운 연애감정을 넘어서는, 작은 초월이 깃들여진 성숙해진 사랑의 차원을 보여준다. 그만큼 시인의 정서적 포용력이 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연작 3에 오면 '배'와 '사랑'의 의미는 한 단계 더 도약한다.
마당에
녹음 가득한
배를 매다
마당 밖으로 나가는 징검다리
끝에
몇 포기 저녁별
연필 깎는 소리처럼
떠서
이 세상에 온 모든 생들
측은히 내려보는 그 노래를
마당가의 풀들과 나와는 지금
가슴속에 쌓고 있는가
밧줄 당겼다 놓았다 하는
영혼
혹은,
갈증
배를 풀어
쏟아지는 푸른 눈발 속을 떠갈 날이
곧 오리라
오, 사랑해야 하리
이 세상의 모든 뒷모습들
뒷모습들
-
지상의 질서와 하늘의 질서를 각각 상징하는 '매다'와 '풀다'라는 두 동사가 의미 축의 중심을 형성하면서 전개되고 있는 이 시는 앞의 두 시를 포괄하면서 입체적인 의미의 전이가 이루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시의 의미를 온전하게 해석하기 위해 수용자는 창작주체의 다음 전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환한 대낮에 녹음(綠陰)이 울창한 나무들이 한 척의 배처럼 보이더라구요. 계절이란 그렇게 왔다 가는 것이고, 우리들의 삶 역시 배에 실려 있는 거지요. 옛날에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내가 이제 곧 죽을라는가보다, 어젯밤 꿈에 내가 마당에 배를 매더구나. 우리의 상상력 속에는 이승과 저승 사이를 오가는 배가 있잖아요.
여기서 배는 지상에서의 생을 담는 도구이면서 일생 그 자체라는 의미로 상승된다. 창작주체는 무엇보다 우리의 전통적인 속신(俗信)에서 배의 상징을 차용한다. 이 배는 전통적인 한국문화 속에서의 함의를 가짐으로써 보편성과 깊이를 가지며 시의 전달력을 상승시킨다. 이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하여 이 시는 감동의 요소를 부여받는 것이다.
1연에서 짙어져 가는 녹음은 조용한 밀물로 묘사되고, 그 밀물 속에서 들어오는 배를 시인은 맨다. 이는 낭만적 자연과의 동일화 경험에서 유래하는데, 이 때 자연은 전체성과 완결성을 갖춘 유기적 통합체로 재발견된다. 2연에서 화자는 마당 밖을 통해 연필 깎는 소리처럼 떠 있는 별을 본다. 여기서 별은 죽음 이후의 다른 생, '또 다른 나의 모습'이다. 여기서 우리는 시인이 배를 타고 마당 끝쯤에 떠 있는 별에게까지 가는 것을 우리의 일생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연에서 별은 지상에 온 모든 生에게 측은지심에서 우러난 사랑의 노래를 불러준다. 그 사랑의 노래는 전 우주의 질서 안에 속한 목숨에게 건네는 생명의 전언의 의미를 가지는데, 우리는 여기서 사랑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목숨 가진 모든 것들에게 보내는 '자애의 눈길'이라는 의미로 깊어지는 것을 확인한다. 노래를 보내는 별이나 그 노래를 가슴 속에 사무치는 양식들로 쌓고 있는 '나'와 '풀'은 우주적 질서 안에서 숨결을 나누고 있는 존재로 파악된다. 4연에서 하늘까지 가고 싶어하는 창작 주체는 밧줄을 당겼다(집착) 놓았다(초월) 하는 도정의 풍경을 갈증으로 파악한다. 5연은 언젠가 "배를 풀어" 하늘 속을 떠갈 날이 오리라고 예감한다. 여기서 하늘로 올라갈 때(떠갈 때) 내려오는 속도감으로 하늘은 '푸른(靑) 눈발'로 쏟아진다.
이 시는 창작 주체가 삶과 죽음을 수용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연작 1, 2에서 점점 상승되어가던 사랑의 의미는 이 시에 이르면 목숨과 생명일반에 대한 애정으로 상승된다. 연작 1, 2에서 지상에서의 이별과 슬픔을 보다 큰 차원의 사랑으로 끌어안았던 시적 자아는 삶과 죽음을 동일한 시공간에서 껴안게 되는 시야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영원성의 지각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배' 이미지 역시 '사랑'(과 슬픔)에서 인생 혹은 '시간'의 심연을 담은 상징으로 바뀐다. 이는 하늘로 올라가는 배라는 상징을 설정함으로써 가능한 것인데, 하늘은 푸른(靑) 이미지와 별이 있는 또 다른 초월적인 공간으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연작 1, 2보다 연작 3이 미학적 형식이나 의미의 깊이에서 크게 고양된 단계로 상승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속신의 차용을 통한 자아와 세계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연결된다. 즉 죽음은 자아의 소멸이 아니라 초월적 자아라는 새로운 차원으로의 도약이다. 이는 자아와 사물을 영원의 질서 속에 놓음으로써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이다.
3. 상호텍스트성과 그 의미작용
사랑은 인간사의 원초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점에서 시공을 초월한 내용과 주제의 보편성을 띤다. 이 점이
이 장에서는 앞장에서의 논의를 토대로 「 추韆詞」와 「배를 매며」, 「배를 밀며」, 「마당에 배를 매다」 연작의 상호텍스트성을 구체적으로 논의해 보기로 한다. 논의과정에서 필요에 따라서는 다른 작품들과의 상호텍스트성도 활용하기로 한다. 발상과 표현, 주제, 구조의 순으로 논의를 진행하되 논지를 선명히 드러내는 과정에서 각 영역이 넘나드는 것을 허용하기로 한다. 여기서 발상과 표현을 같은 범주에 포함시킨 것은 감상과 창작교육에서 시적 대상과 대상을 바라보는 문제의식, 대상을 자기화하는 방식, 소재 선택의 유사성 등 발상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는 항목들이 시적 표현의 단계와 거의 동시에 수행되는 관계로 엄밀히 구분하여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여기서 제시되는 것은 학습 독자들과 함께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3-1 발상과 표현의 측면
대상 텍스트들은 제목(배를 매며, 밀며 등과 韆詞의 '그네를 밀며)과 소도구(배, 그네), 그 도구의 상징(사랑, 이별, 생, 영원으로의 지향), 시의 중심축을 이루는 동사인 '밀다'라는 동작(느리게 시작하여 점점 빨라지며 힘껏 미는 '강도'까지)과 미는 대상(배), 밀면 되돌아오는 순환원리(그네가 밀면 반드시 되돌아오는 동작이 있듯이 배-로 표현되는 감정-도 밀어보내지만 다시 밀려드는 순환법칙이 있다. 그러나 그네가 '되돌아옴'이라는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진자운동을 한다면, 배는 그런 반복성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도구의 속성에서 기인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적 공간인 장소의 유사성(풀밭, 바다, 하늘이 공통적으로 나타남)과 이동의 지향(수평→수직 이동), 개인적인 사랑의 서사(사랑과 이별)에서 영원성으로의 이행, '울렁이다'라는 동사의 사용, 그네와 배에 나타나는 빛 이미지, 지상적인 것에 대한 애착(수양버들·풀꽃뎀이·나비·꾀꼬리, 사랑해야 하리 세상에 온 모든 것들) 등 시적 발상과 의도성의 여러 측면에서 흡사할 정도로 유사한 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대상시들이 상호텍스트성을 공유하고 있음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부연이 필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자.
연작 2의「배를 밀며」라는 제목은
또한 앞의 예에서 보듯 상호텍스트성은 대상 시들이 고루 공유하고 있지만 전체 시의 발상에서는 「 韆詞」와
분석 결과 우리는 대상시들의 상호텍스트성을 발상 면에서 볼 때 모든 시들이 공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배를 밀다'라는 유사한 이미지 때문에 언뜻 보기에는 「 韆詞」가 연작 2와 상호텍스트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바다와 하늘, 지상과 하늘이라는 수평과 수직의 방향성을 내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작 3과 유사성이 더욱 강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배를 풀어/쏟아지는 푸른 눈발 속을/떠갈 날이 곧 오리라"와 같은 빼어난 이미지와 '마당 안과 밖'에서 드러나는 공간 조형, (속신의 차용을 통해) 사랑과 슬픔의 의미를 띠던 배를 사람의 생애로 치환하는 상징 만들기의 능력 등은
3-2 주제의 측면
서정주의 「 韆詞」를 비롯한 '춘향의 말' 연작이 『춘향전』을 모티프로 하고 있다는 것은 제목에서도 암시된다. 그러나
①마당에
녹음 가득한
배를 매다
②그속(녹음- 인용자)에선 무엇들이 새파랗게 어리어 소곤거리고있는듯하더니, 문득, 한 크낙한 향기의 가르마와같이 그것을 가르고, 한 소슬한 젊은이를 실은 金빛 그네를 나를 향해 내어 밀었다."
-「산하일지초」
③"꽃밭은 그향기만으로 볼진대
-「상리과원」(이상 강조 인용자)
①은 ②③과 발상과 표현에서 유사하다. 우선 그것은 녹음 속에서 배(그네)를 발견하는 방식이나, 식물(녹음, 꽃밭)을 강물의 흐름으로 보는 것에서 그렇다. 이는 "그것(녹음-인용자)은 마치 조용한 밀물과도 같습니다. 그 밀물을 타고 여윈 당신을 실은 배 한 척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라는
또한 3연, "이 세상에 온 모든 것들/측은히 내려보는 그 노래를" 같은 구절도 "그날밤, 그산이 랑랑한 창으로 노래하는 소리를 들었다"(「산하일지초」)와 "짐의 무덤은 푸른 嶺 위의 욕계 제이천,/피 예 있으니, 피 예 있으니 얼쩔 수 없이,/구름 엉키고 비터 잡는 데, - 그런 하늘 속/내 못 떠난다,"(「선덕여왕의 말씀」) 의 창조적 변용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대상시들은 인간의 가장 보편적 감정인 사랑과 이별의 테마를 뛰어난 미학적 형식 속에 담아 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사랑의 서사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한계적 본질에 대한 성찰과 넘어서기'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호텍스트성이 확인된다. 그러나
3-3 구조 확대와 변형의 측면
1은 어느 날 찾아온 사랑의 설렘을, 2는 모든 이별과 슬픔을 껴안는 사랑의 단계를 각각 배와 바다의 이미지를 사용하여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 때 배와 바다는 각각 '사랑 혹은 슬픔의 정서'(배), '내면'(바다)으로 환치되면서 일상적인 의미를 넘어선다. 그런가 하면 시간적으로 뒤에 쓰여진 2의 끝연 "그런데 오, 내 안으로 들어오는 배여/아무 소리 없이 밀려들어오는 배여"는
3에 오면 시적 배경이 마당으로 변환된다. 그러면서 창작 주체의 시선 역시 마당 안과 밖으로 분할되고, 이 경계선을 기점으로 그의 시선은 하늘의 별에 닿는데, 이 별은 지상의 것들을 측은한 시선으로 내려보는, 사후에 가닿을 '또 다른 나의 모습'으로 형상화한다. 그리하여
서정주의 「 韆詞」는
텍스트 구성에서
4. 효과적인 교수법과 활용
상호텍스트성은 그동안 문학 교육 현장에서 널리 활용되지 못했다. 이는 그동안의 문학교육이 주어진 텍스트의 꼼꼼한 읽기에 치중한 나머지 그 자체의 존재적 가치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여 왔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텍스트란 그 자체의 존재적 가치와 함께 주체(학습자)에게 어떤 의미를 주느냐 하는 효용적 가치와 함께 창작교육의 측면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이런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수행하느냐 하는 데 있다.
특히 학습자의 입장에서 작자 외적 범주의 상호 텍스트성은 내적 범주의 상호 텍스트성을 확인하는 일에 비해 까다로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우선 작자가 어떤 선행 텍스트로부터 영향을 받았으며, 의도적으로 자신의 시 속에 반영하고 있는지를 밝히지 않았다면 불확실한 추정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상호텍스트성 교육은 작자가 그것을 명확히 밝힌 경우가 아니라도 감상과 이해, 그리고 이를 통한 창작의 활용에 충분히 그 효과를 거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외적 범주의 상호텍스트적 의미 실현은 그 영향관계를 증명하는 데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이전의 문학관습이나 텍스트와 학습의 대상이 되는 텍스트 사이에 어떤 유사성과 차이점이 있는지를 교육함으로써 관계짓기의 읽기와 이를 응용한 창작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또한 읽기 경험이 적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라면 텍스트 및 발상·표현·주제·구조 등의 상호텍스트성 표지 제시 등의 교육적 안내 없이 교육을 수행하는 것은 무리다. 많은 이전 텍스트들에 대한 읽기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과거 텍스트와의 연관을 간직하고 있는 표지들이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목적에 부합하는 상호텍스트적 관계를 학습자가 파악할 수 있는 선행 텍스트와 표지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래 예시는 본론에서 시도한
4-1 발상과 표현
(가) 아래 시의 발상과 표현에서 어떤 상호텍스트성을 공유하고 있으며, 또 독자적인 형상화 단계를 형성하면서 차별화되는 부분은 어디 있는가. 또 이 같은 발상 방식으로 한 행으로 된 시구를 창작해 보라.
①키장다리 포플러를/바람이/자꾸만 흔들었습니다/포플러는 싸리비가 되어/하늘을 쓱쓱 쓸었습니다/구름은 저만치 밀려가고/해님이 웃으며/나를 내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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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막 패기 시작한 수숫대가/낮달을/마당 쪽으로 쓸어내고 있었다/아래쪽이 다 닳아진 달을 주워다 어디다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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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음 제시 시들은 '눈'을 형상화하고 있는 시들이다. ①-②에는 '∼에 붐비다'-'까지만'이, ②-③에는 '어린 눈'이 발상의 상호텍스트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들 시의 발상의 유사성이 표현의 독자성으로 어떻게 흡수되어 미학적인 완성도를 달성하고 있는가를 말하라.
①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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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싸락 싸락 싸락눈./아이들 머리꼭지까지만 오는 싸락눈./강아지 콧잔등까지만 오는 싸락눈/까닥까닥 까치 꼬리까지만 오는 싸락눈./넘을까? 말까?/얕은 울타리까지만 오는 싸락눈./김장 준비하는 어머니의 손등까지만 오는 싸락눈./싸락 싸락 싸락눈./아직은 어리디어린 싸락눈
- 이준관, 「싸락눈」
③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강물 속으로 뛰어 내리는 것이/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강은,/안타까웠던 것이다/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몸을 바꿔 흐르려고/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그대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그런 줄도 모르고/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강은,/어젯밤부터/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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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주제
(가) 아래 시들은 세대간의 관점에서 읽으면 훨씬 실감나게 주제를 파악할 수 있다. 그 기성세대(농촌정서)와 젊은 세대(도시정서)의 정서가 어떻게 일치하며 차이가 나는지, 시대별(70년대, 90년대)로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 또 유희적인 요소와 현실 비판의 요소를 어떻게 미학적으로 처리하고 있는지를 토론하여 보자. 그리고 이와 같은 상황을 만들어 시 쓰기를 해 보자.
①산그늘 내린 밭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보아 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世上事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참깨를 털어대는 일에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한번을 내려쳐도 셀 수 없이/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도시에서 십 년을 가차이 살아본 나로선/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휘파람을 불어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낸다./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번만 기분 좋게 내려치면/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 없이 털다가/"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니라"/할머니의 가엾어 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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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조금이라도 빨리 베기 위해 마구잡이로/보리를 벤다/팔 다리 허리가 아파 신경질적으로/보리를 벤다/보리가 흐트러지든 말든/보리 이삭이 떨어지든 말든/빨리 끝내고 쉬기 위해 막무가내로/뻠질을 한다/얘야 다된 보리 농사 막판에 망치겄다/조심해서 벼라와/가슴에 커다란 바위가 박힌 논 서 마지기/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아 모조리 쓰러진 보리/이까짓 보리 모가지 나간다고 얼마 된다요/프로야구 홈런 한방이면 담장 멀리 비웃는 보리/낫질 한번 안 하고도 부동산 투기로 몇천만 원/보리 차대기로 긁어모으는 세상에/보리 모갱이 몇 개 더 건져서 뭣헌다요/에끼 이 보리 차대기 같은 놈아/고것이 배웠단 놈이 허는 소리냐/고런 망할 놈의 소릴 자꾸 허믄/이 에미 가슴에도 이 논멩키 돌이 백혀 이눔아/무식한 어머니는 온몸이 뻐근해도 욕지거리로 정갈하게/보리를 베고/도회지에서 대학은 다니는 아들은/조금이라도 빨리 끝내고 싶어 신경질적으로 마구잡이로/보리를 처단한다
-차창룡, 「1990년대식 보리 베기」
(나)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
4-3 구조의 확대 및 변형
(가) 원텍스트로 제시된 ①시는 초겨울 비 온 후의 정경을 묘사한 시다. 이 때 ①시의 2연 1, 2행이 ②시에서 어떻게 변형되어 나타나는지, 이 때 시적 상황은 어떻게 변화를 주어서 창작하였는지 토론하라.
(나) 원텍스트인 ①시 2연 2행, 1행이 각각 마르다(빗물을 털다), 물을 담다(받치다)라는 하나의 의미로의 집중이 이루어지면서 ③시의 2연, 3연으로 확산된 구조를 만들어 미학적으로 전혀 새로운 시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시(혹은 이 시)의 구절을 확대하여 한 편의 시를 창작하여 보라.
①흙담벽에 ?이 따사하니/아이들은 물코를흘리며 무감자를 먹었다
돌덜구에
- 백석, 「初冬日」
②오는 봄비는 겨우내 묻혔던 김칫독 자리에 모여 운다//
오는 봄비는 헛간에 엮어 단 시래기 줄에 모여 운다//
하루를 섬섬히 버들눈처럼 모여 서서 우는 봄비여//
모스러진 돌절구 바닥에도 고여 넘치는 이 비천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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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소나기 한차례 쏟아진 뒤에/다시 햇볕의 잔치판이다
비 맞은 흔적을 지우려고/새 잎을 반뼘쯤 내민 감나무가/빗물을 털고 일어서자/마늘밭에 줄지어 선 마늘순이 덩달아 몸을 떤다/비의 기억을 빨리 잊어버려야 한다는 듯/돌멩이는 돌멩이끼리 모여 이마를 내어 말리고/돌 틈 사이 풀들도/가는 손을 뻗어 볕을 쬐려고 옹송거린다
그래도 태연한 것들은/일찍이 버려진 것들이다/마당가에 나뒹구는 스테인레스 밥그릇,/다 삭은 고무신 한 짝,/이 빠진 옹기/오래 전부터 퍼질러 앉은 확독,/둥근 것이 몸인 것들이/온몸으로/고요히 빗물을 받쳐 안고 있다
-
4-4 타 장르와의 상호텍스트성
(가) 아이러니 기법을 중심으로 서정주의 「추천사」와 유치환의 「깃발」,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
5. 결론
본고는 한 편의 텍스트는 타자와의 관련성 속에서 끊임없이 수정되는 과정을 통해 입체성과 다성성을 획득하게 된다는 관점에서 상호텍스트성과 그 의미작용을 규명하여 시 교육과 창작교육에 활용하기 위해 쓰여졌다.
본고는 이를 위해 서정주의 「 韆詞」와 「배를 매며」, 「배를 밀며」, 「마당에 배를 매다」 연작에 대한 개별 텍스트의 분석적 이해를 시도한 후, 이를 토대로 상호텍스트성과 그 의미작용을 발상과 표현, 주제, 구조의 확대와 변형의 측면에서 각각 살펴보고, 여기에서 도출된 방법들을 다른 텍스트에 적용하면서 학습자들의 문학적 상상력을 다양하게 자극하고 이를 창작에 활용하는 과정들을 기술하였다.
그 과정에서 「 韆詞」는 인간의 가장 보편적 감정인 사랑과 이별의 테마를 뛰어난 미학적 형식 속에 담아내면서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한계적 본질에 대한 성찰이라는 주제를 텍스트로 상호텍스트성 고찰에 유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
또 대상 텍스트들은 발상과 표현 면에서 제목, 소도구, 그 도구의 상징성, '밀다'라는 행위동작, 미는 대상, 회귀 원리, 장소의 유사성, 공간 지향, 빛 이미지, 지상에 대한 애정 등 여러 부분에서 상호텍스트성을 보여주고 있었고, 주제의 측면에서도 사랑과 이별의 테마를 정제된 미학적 형식 속에 담아내면서 개인적인 사랑의 서사에서 출발,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성찰과 초월(영원성)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호텍스트성이 확인되었다. 또 구조의 확대와 변형의 측면에서는
다음 단계로 본고는 앞서 세밀히 논의한 과정을 토대로 이와 관련된 다양한 국면들에 대한 상호텍스트성 교육을 연계하여 실시하는 수업 모델을 제시하였다. 이 때 주의해야 할 것은 학습자의 수준에 적합한 선행 텍스트와 표지들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상호텍스트성의 증명을 위한 수업이 되게 하지 말고, 상호텍스트성의 개념을 좀 넓게 적용하여 학습자로 하여금 상상력을 다양하게 자극하고 시야를 넓힘은 물론, 창작에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의미 있는 학습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제시했다. 이외에도 상호텍스트성 교육은 타 장르와 비문학적인 인접예술장르로 확산하고, 패러디 창작교육과 병행하는 등 여러 방법을 시도할 때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된다.
【핵심어】시 교육, 시 창작교육, 상호텍스트성, 발상과 표현, 의미작용, 주제, 구조의 확대
출처 :별 헤는 밤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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