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경향신춘문예 예심… 총 6742편 응모]
이영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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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詩는 고른 수준, 소설은 패기 아쉬워
ㆍ작년의 두배 ‘풍작’…소설 급증경제난 반영 어두운 주제 많아
“과거의 신춘문예 스타일은 벗어났으나 아직 새로운 작품은 보이지 않는 과도기인 것 같습니다. 시는 일정 수준 이상이지만 눈에 확 들어오는 작품이 없었고, 소설은 지나치게 어둡거나 자폐적인 작품이 많았습니다.”

시인 이원·권혁웅, 문학평론가 정홍수·김영찬, 소설가 윤성희씨(왼쪽부터)가 지난 16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 회의실에서 2009 경향신문 신춘문예 예심을 진행하고 있다. |강윤중기자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예심이 지난 16일 본사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올해는 전례 없이 많은 응모작이 몰리면서 ‘풍작’을 이뤘다. 지난 15일 원고마감 결과 모두 6742편이 응모해 지난해 3000여편에 비해 두 배가량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소설 1075편, 시 5590편, 문학평론 45편, 대중문화평론 32편이 응모했다. 올해 한국 소설이 강세를 보였던 탓인지 소설 응모가 지난해 375편에 비해 세 배 정도 급증한 게 특징이다.
이번 예심 심사위원은 시 부문의 경우 이원씨(시인)와 권혁웅씨(시인·한양여대 교수)가, 소설 부문은 윤성희씨(소설가), 김영찬씨(평론가·계명대 교수), 정홍수씨(평론가·도서출판 강 대표)가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고답적인 신춘문예용 원고는 배제하고 새로움이란 관점에서 골랐다”며 “탁월한 기량을 가진 작품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대체로 고른 수준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시 응모작의 경향은 ‘새로운 시적 감수성’, ‘경제위기로 인한 세태 풍자’로 요약될 수 있다. 권혁웅씨는 “식상한 소재나 문장이 아니라 자기 일상생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서정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았다”고 했다. 요즘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반영한 작품들도 다수를 이뤘다. 이원씨는 “경제난으로 어려워진 세태를 희화화한 작품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시 부문 응모자의 연령대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젊은 세대는 기존 서정시에서 탈피해 새로운 시적 언어를 선보이려고 한 반면, 기성세대는 가족이나 어머니 같은 전통적 정서를 노래해 연령대별로 ‘양극화 현상’이 도드라졌다.
응모작이 1000편을 넘는 ‘대풍작’을 이룬 소설은 최근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듯 어두운 색채의 작품들이 주를 이뤘고, 현재의 시공간을 벗어난 SF소설이 많은 것도 특징으로 꼽혔다. 특히 연이은 연예인들의 자살과 ‘묻지마’식의 흉악범죄가 유행하는 세태를 반영해 자살·죽음이라는 소재가 많이 등장했고, 미국 총기난사 사건 등 살인과 폭력도 소재로 쓰였다.
하지만 소설의 문제의식이 피상적이거나 자폐적인 수준에서 그쳐 내실 있는 현실 비판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도 지적됐다. 김영찬씨는 “전반적으로 작품이 너무 어두웠고, 현실을 깊이 있게 바라보기보다는 자폐적으로 해소해버리는 작품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윤성희씨는 “소설 속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지 못한 채 인터넷으로 리플을 달거나 창 너머를 바라보는 식의 표현이 많았다. 그 결과 소설의 시공간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정홍수씨는 “문장이 좋더라도 현실과 부딪치는 서사가 안 보였다. 이미 현실에 대한 탐구를 끝내고 언어만 가지고 이야기를 만드는 작품들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들은 소설 응모작의 전반적인 패기부족에 대해 “최근 문학지의 신인공모에 ‘당선작 없음’이 많아지는 등 활발하지 못한 문단의 흐름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학평론은 황석영·김훈·정이현 등 최근 베스트셀러에 대한 비평이 많았다. 젊은 작가로는 김연수·박민규·강영숙·편혜영·이기호·김중혁 등이 조명을 받았다. 시의 경우 2000년대 이후의 소위 ‘미래파’ 시인들의 작품에 대한 비평이 많았다.
대중문화평론의 경우 예년과 마찬가지로 영화평론이 많았지만 방송 평론이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응모자들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베토벤 바이러스> <엄마가 뿔났다> 등 인기 드라마에 주목했다. 영화평론은 홍상수·김기덕 등 전통적 ‘작가’들에 대한 비평 이외에 <아내가 결혼했다> <추격자> 등 올 개봉작을 다루기도 했다.
문학평론과 대중문화평론은 예심 없이 곧바로 19일 본심을 진행하며 시·소설 예심을 통과한 작품도 같은 날 당선작이 가려진다. 당선자에게는 개별 통지하며 당선자 명단은 내년 1월1일자 경향신문에 발표된다.
<이영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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