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봉수산>님의 카페에서
바위 / 김춘수
바위는 몹시 심심하였다. 어느 날, (그것은 우연(偶然)이었을까,) 바위는 제 손으로 제 몸에 가느다란 금을 한 가닥 그어 보았다. 오, 얼마나 몸저리는 일순(一瞬)이었을까, 바위는 열심(熱心)히 제 몸에 무늬를 수(繡)놓게 되었던 것이다. 점점점 번져 가는 희열(喜悅)의 물살 위에 바위는 둥둥 떴다. 마침내 바위는 제 몸에 무늬를 수(繡)놓고 있는 것이 제 자신(自身)인 것을 까마득히 잊어 버렸다.
바위는 모르고 있지만, 그때부터다. 내가 그의 얼굴에 고요한 미소(微笑)를 보게 된 것은……[바위야 왜 너는 움직이지 않니,] 이렇게 물어 보아도 이제 바위에게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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