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뜬구름 사랑>님의 블로그에서
나목(裸木)과 시(詩) / 김춘수
겨울하늘은 어떤 불가사의의 깊이에로 사라져가고,
있는 듯 없는 듯 무한은
무성하던 잎과 열매를 떨어뜨리고
무화과나무를 관체로 서게 하였는데,
그 예민한 가지 끝에
닿을 듯 닿을 듯 하는 것이
시일까
언어는 말을 잃고
잠자는 순간
무한은 미소하며 오는데
무성하던 잎과 열매는 역사의 사건으로 떨어져 가고,
그 예민한 가지 끝에
명멸하는
시일까.
* <현대문학> (1957. 3) 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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