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

가면(假面) / 김춘수

자크라캉 2008. 8. 1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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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학가산 사랑방>님의 카페에서

 

면(假面)  /  김춘수


봄과 후박나무가 있는
사잇길을 문득 들어서면
지워 버리고 지워 버린
어둠,
그대 뒤통수가 보인다.
어젯밤 꿈에 본
지리산(智異山) 후박나무의
지워 버리고 지워 버린
어둠,
그대 뒤통수는 소리가 없다.
옛날의 청동(靑銅) 귀고리 하나
사랑하라 사랑하라고 그대를 대신하여
오늘도 낮은 소리 내이며
바람에 가고 있을 뿐.


출처: 시집(남천南天), 근역서재,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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