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행나루터>님의 카페에서
오늘 오후 5시 30분 일제히 쥐를 잡읍시다 / 황지우
벽. 4
1984년은 쥐띠 해이다
재앙의 날들이여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텨다오
[시평]
이시에서는 시행들의 독특한 배열 외에도 시의 표제 가운데 「쥐」라는 낱말이 「붉은 글씨」로 되어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쥐」라는 낱말이 붉은 색 잉크로 인쇄된 경우를 생각하면 이 시의 효과는 한결 커질 것이다.
미래파 시인들은 인쇄효과의 면에서 고딕체 활자로 거친 의성음을, 이태릭체 활자로 속도감을 나타내며, 과거의 시가 흑색 잉크로 인쇄된 점에 비해 붉은색 잉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 시의 경우 표제는 어느 날 시인이 벽에 씌어진 말을 본 그대로 옮긴 것 같다. 「5시 30분」이라고 숫자를 그대로 사용한 것도 미래파적인 기법임을 암시 한다. 시행들의 독특한 배열은 1행인 「벽.4」가 가운데에 위치하고, 2행보다 3행이 앞으로 튀어 나옴으로써 3행이 강조 된다. 또한 4행, 5행, 6행이 차례로 뒤로 튀어 나가는 형태로 배열됨으로써 독특한 아이러니의 효과를 낳는다. 내용과 형식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말하는 내용은 「조금만 더」 버텨달라는 것이지만, 배열형태는 그렇게 버티기 어렵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미래파 시인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인쇄효과가 극단적으로 강조될 때 소위 시각시 혹은 회화시로 발전 한다.
1980년 「현대시사상」겨울호, 기획특집
『우리시의 모더니즘-「미래주의의 기법을 중심으로」- 』의 일부분
(이승훈/시인 , 한양대 명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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