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시인

이승훈 씨를 찾아간 이승훈 씨 / 이승훈

자크라캉 2008. 7. 16. 10:11

 

           사진<영월 주천 고향인 빌>님의 블로그에서

승훈 씨를 찾아간 이승훈/ 이승훈

 

이승훈 씨는 바바리를 걸치고 흐린 봄날/서초동 진흥아파트에 사는 시인 이승훈 씨를/찾아간다 가방을 들고 현관에서 벨을 누른다/이승훈 씨가 문을 열어 준다 그는 작업복을/입고 있다 아니 어쩐 일이오? 이승훈 씨가/놀라 묻는다 지나가던 길에 들렀지요 그래요?/전화라도 하시지 않고 아무튼 들어오시오/이승훈 씨는 거실을 지나 그의 방으로 이승훈 씨를/안내한다 이승훈 씨는 그의 방에서 시를 쓰던/중이었다 이승훈 씨가 말한다 당신이 쓰던 시나/봅시다 이승훈 씨는 원고지 뒷장에 샤프 펜슬로/흐리게 갈겨 쓴 시를 보여 준다 갈매기, ,/벽돌이라고 씌어 있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이오?/이승훈 씨가 황당하다는 듯이 이승훈 씨에게/묻는다 갈매기는 강박관념이고 모래는 환상이고/벽돌은 꿈이지요 뭐요? 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아닙니다 틀렸어요 갈매기는 모래고 모래는/벽돌이고 벽돌이 갈매깁니다 틀림없습니다 그게/아닙니다 바다는 갈매기가 아닙니다 그건 모래가/벽돌이 아닌 것과 같습니다 벽돌은 바다가/아니니까요 바바리를 걸친 이승훈 씨와 작업복을/입은 이승훈 씨가 계속 싸운다 마침내 화가 난/이승훈 씨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친다/좋아요 좋아! 그는 문을 쾅 닫고 사라진다

 

 

                                    아름다운 A, 황금북, 2002. p.90.

 

 

 

 

<약력>

 강원 춘천 출생
· 한양대 국문과 및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 196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 현대문학상·한국시협상 수상

. 2007년 <김삿갓문학상> 수상
· 시집 『사물 A』『환상의 다리』『당신의 초상』『사물들』
『당신의 방』『너라는 환상』『길은 없어도 행복하다』
『밤이면 삐노가 그립다』『밝은 방』등
· 시론집『시론』『모더니즘 시론』『포스트모더니즘 시론』
『한국현대시론사』『한국 현대시 새롭게 읽기』등
· 편저 『문학상징사전』등
· 현재 한양대 국문과 명예 교수

 

'이승훈 시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의 흔적 / 이승훈  (0) 2008.07.17
日月 / 이승훈  (0) 2008.07.17
결국 나는 너이다 / 이승훈  (0) 2008.07.16
겨울 저녁 모임 / 이승훈  (0) 2008.07.11
공포 / 이승훈  (0) 2008.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