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영-문학공간>님의 카페에서
[2007년 <시와세계>겨울호 신인상 시부문 당선작]
부드러운 블랙 외 4편 / 이희원
카브리 야자수 해변
불루마운틴이 솟아올라
커피농장엔 소녀들의 까만 웃으미 흐르고 있네
어둠 속에 몇날 며칠 비가 내렸네
칠흑 같은 빙하기가 왔어
커피 눈이 펄펄날리고 있었어
별star이 떨어지고 있었어
멋진 놈들bucks이 주둥일 대고 우릴 빨고 있어
우린 지옥에서 왔나봐?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이사벨라를 만났지
삼바춤을 추던 그녀
뱀장어처럼 칭칭 감기던 그녀
커피맛이나는 그녀
나, 구찌 악어지갑에 그녀를 담아왔네
부드러운 블랙, 부드러운 블랙홀(?)
정말 나 없어도 넌 미끄러질수 있니
네게 빠져버리고 싶어
스타벅스엔 밥 말리의
"no woman no cry"가 흐르고 있어"
"여성들이여 울지말아라"
누군 이렇게도 노래하네
"여자가 없으니 울지도 못하겠네"
<돈키호테 . 1>
나는 다섯개의 마또료쉬까*같은 애인이 있네 황금 옷을 입은 그는 호박마차
를 타고 푸른 지폐를 꽃잎처럼 뿌려 그의 손이 닿으면 모두 날개가 되네
구름을 타는 그는 하늘에 살아 그를 만나려면 남산타워에 올라가야해 그는
메아리로 화답해 그와 타워 위에서 땅거미가 지는 것을 본적이 있지
어둠을 깨며 다니는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알전구를 하나씩 줘 태양이 후광
처럼 빛나고 있어 그와는 자꾸 팔짱을 끼고 싶어져
봄날 같은 천의 얼굴을 가진 그는 12개의 물침대에 누워 침대 가득 생쥐들을
키워
그와 있으면 난 온몸이 간지러워 울부짖는 그를 본적이 있어
마지막은 몽띠엘 평야를 질주하는로시난데를 탄미치광이야 그는 세숫대야
를 얼굴에 썼어 넘어지면서 소리를 꽥꽥 질러 나는 풍차처럼 돌고돌아
*러시아 전통 농부인형
<붐붐, OK>
그 떨림 말이야
속눈썹이 두 번쯤 깜박거렸던가
첫 비행을 기억해?
한 1억년 전이었지
난 보노보*2 였어
1억년이 지난 지금
난 잘 웃지도 못해
정말 밀림 속을 멋지게 날고 싶었어
꼬리를 축 늘어뜨리며 안녕
꼬리를 빳빳이 세우며 안녕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안녕
가끔 얻어맞기도 했지
주름진 얼굴로 히죽이기도 했지
사람들은 야 거세당한 보노보야
손가락질 했지
꼬리는 사라지고 꼬리뼈만 남았어
밤이면 사람들처럼 자는 연습을 했지
수컷 보노보는 암컥 보노보의 옆구리를 찔렀지
붐붐, OK? 예스
다람쥐 한 마리를 주었지
아주 오랫동안 구름 속을 날았어
날다 뚝 떨어지기도 했지
암컷 보노보는 속삭였지
수컷은 담배만 끔뻑거렸지
보노보들이 우우 달려들었어
1대1 붐붐, 1대2붐붐, 1대 3붐붐,암컷끼리의 붐붐
그것은 보노보들의 사랑방식
보노보 한 마리 아직도 꼬리로 인사하지
아무도 웃어주지 않았지,
신음소리만 들려왔지
*박영한, "머나먼 쏭바강" 39쪽, "월남전 당시 쓰던 섹스 은어, 붐붐해라고도 함"
<고양이 전용 극장>
지붕들은 안개를 피우고 있어 문을 열면 푸른 비상등이 깜빡거려 한 발 잘린
의자,귀 떨어진 연탄집게 고양이가 울자 영화는 시작되었지 예고편은 잘려
나갔지
들고 다니던 우산살에서 비린내가 났어 엘리베이터에 밀려온 날들 모자를
던져버리자 넥타이이가 흘러내렸어 검은 까운이 칭칭 감겨오고 있었지 얻
어맞기만 하는 게임방의 두더지처럼 잿빛 콘테이너 속이었어
슬래쉬와 슬래쉬 사이에서 살사춤을 추는 물방울들 한 발 잘린 의자들이 네
온사인을 밝히는 게릴라 콘세트였어
나는 언제부턴가 고양이들 사이 쪼그리고 앉았지 생선 한 마리 날지 않는 그
곳 다리 꺾인 햇살들이 16미리 영사기를 돌리고 있어
<사라사테>
그리고 그 후 사라사테의 눈물이 시작되네*
솔방울 총총한
알프스 가문비나무 숲을 지나며
내가 켜고 싶은 악기는
밀라노에 내리는 싸락눈
멀리서 보면 나는
싸락눈 날리는 날
자작나무빛 갈퀴를 찰랑거리는 한 마리 당나귀
성과 성 사이 푸른 달이 흐르는
세상의 모든 당나귀들이 달리고 싶어 하던 로만틱 가도
그 길에서 들려오던
기울어진 살레위로 떨어지는 종소리
메디치 근위병들의 창 부딪치는 소리
세상의 솔방울이란 솔방울을
모두 품에 안고 떠는 검은 손가락들
로마에서 피사에서 베네치아 3번가에서
내가 연주하고 싶은 악기는
여인의 팽팽한 꽃문 열고 들어가
떠돌이 내 갈퀴로 켜고 싶은
밀라노에 내리는 싸락눈 혹은
솔방울 같은 사라사테
*"그리고 그 후 기타의 눈물이 시작되네"라는 박정대의 싯구가 있음
<당선소감>
얼룩말들 달려온다 떠난 말들 돌아왔다 대가릴 쳐 박고 얼굴을 비빈다 때론 뒷발
질에 채이고 나가떨어진다 피투성이가 된다
지평선 너머 초원은 이젠없다 내가 끼워준 황금편자도 떨어져 나갔고 말 도둑들
에게 쫓기던 아픈 기억만 남았다. 얼마나 긴긴 한뎃잠을 잤던가 갈퀴에 흐르던 윤기
찾을 수 없고 탐스럽던 엉덩이도 축 늘어졌구나 차라리 네 입속에 오래오래 맴돌게
나 할 것을
아직도 뒷발질에 차이는 얼룩말들을 선해주신 심사위원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
니다.
이희원
주소 : 서울 강남구 역삼동 754-1번지 역삼푸르지오 아파트 109동 104호
연락처 : 011-9043- 7917
e메일 : siin07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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