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시인

나의 하나님 / 김춘수

자크라캉 2007. 7. 29. 20:51
                            사진<첨이슬>님의 플래닛에서

 

 

의 하나님 / 김춘수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悲哀)다

푸주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詩人 릴케가 만난

슬라브女子의 마음 속에 갈앉은

녹쇠항아리다.

손바닥에 못을 박아 죽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는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또

대낮에도 옷을 벗는 어리디어린 純潔(순결)이다.

三月에

젊은 느릅나무 잎새에서 이는

연두빛 바람이다

 

작품의 수사학으로 본 <혼합은유 및 절대은유>

 

혼합은유는 치환은유와 병치은유가 한 작품 속에서 혼재되어 있는 경우다. 그리고 시인이 조래의 은유의 형식으 벗어나 자기의 내면을 그리는데, 이런 은유형태는 대상의 재현이 아니라 시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상상적 질서의 세계이다. 김춘수의 <나의 하나님>은 원관념 '하나님'이라는 일상적 의미가 친화적비교를 토대로 다른 의미, 잡히지 않는 매우 기이한 것으로 치환된 예이다. 곧 하나님과 비애가 어떤 유사성을 토대로 비교의 양식을 취해 결합된 것이 이 시의 기본구조이다. 이러한 표현은 하나님이나 비애라는 일상적인 의미가 다른 의미, 곧 이 시의 문맥에 따라 포착될 수 있는 시적 의미로 치환된다. 곧 하나님=비애, 하나님=살점, 하나님=녹쇠항아리, 하나님=어린순결, 하나님=연두빛 바람이다라고 치환된다. 그러나 이 보조관념들은 모두 아무런 유사성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원관념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진다. 이러한 돌연하고 얼뚱한 결합에 우리는 '경이'의 시적 긴장을 느낀다. 문제는 원관념이 '하나님'이 보조관념인 '비애' 등으로 치환됨은 물론이거니와 이 보조관념들도 원형 그대로 남아있지 않고 상호대립과 모순을 통하여 새로운 창조된 미적공간을 만들어낸다. 곧 일상적인 관념에서 서로 만날 수 없는 곳에 있는 두 사물을 병치하여 원래의 이미지를 파괴하고 새로운 창조된 다른 세계를 보여 줌으로 우리에게 새롭고 싱싱한 의미차원으로 변용, 융합 시킨다. 여기서 이런 은유의 형태는 대상을 재현함이 아니라 시인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상징적 질서이다. 시인 자신의 내면 세계다.

 

참고문헌 : 현대시 창작과 실기 (송준영 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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