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작법12.
꿀을 얻으려는 벌 / 朴 演 求
수필은 막연히 써지지는 않는 것 같다. 나의 경우는 반드시 무슨 계기가 있어야 쓰기 쉬웠다.
매우 감동스런 일을 보았다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수필로 표현하고 싶은 충동을 받는다.
일생을 두고도 행복스런 순간이란 그리 많지 못하다. 더욱이나 박복한 나로서는 남들이 생각하기엔 행복 근처에도 못 갈 부스러기들이 소금처럼 소중하여 이걸 간수하기 위해 그 容器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 그 용기가 바로 수필이란 형식이었다고나 할까.
어느 여인이 잠깐 보여 준 미소라든가, 내 아이들의 귀여운 보습이며, 오히려 가난해서 좋은 몇 사람의 친구들이 있어서 대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스스로가 생각을 해도 나야말로 이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부적당한 존재가 아닌가 싶다. 맨 먼저 나온 짐승의 새끼를 무녀리라고 하는데 이는 바로 못난 장이를 뜻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맏이로 태어나 s나도 사람의 무녀리{開門}인 셈인데 어려서부터 잔병치레만 하였기 때문에 남들과 겨루는 마당에서 기를 못 펴고 자랐던 거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늘 당하고만 살았다.
어렸을 때는 닭처럼 매일 싸움하는 것이 생활이다시피 하는 건대 나는 싸울 생각을 못하고 백기 들기만 바빴으니 무슨 기백이 있었겠는가. 그 후로도 하여튼 몸을 써서 경쟁하는 것에는 아예 기권하고 말았다. 이것이 정신면에도 영향되어 머리를 쓰는 게임이라든가 하다못해 말로 싸우더라도 으레 지는 것으로 미리 치부를 해버렸는데 나의 마음 밑바닥으로부터는 그때마다{두고 보자}식의 눈 흘김이 계속되었다.
이렇게 당하고만 살아서야 어디 억울해서 살수가 없었던 것이다.
식민지 백성처럼 눈만 흘기면서 살게 되면 사친안(斜視眼)의 불구만을 초래할 뿐이라 보상의 길을 모색한 것이 바로 수필문학이었던 것이다.
수필을 통해서 앙갚음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분노의 대상을 곧바로 고발하는 식의 소아병적인 발작은 저의가 드러나는 것 같아 싫었다. 어디까지나 금도를 보이는 척 단계 높은 승자가 되기 위해서 고발감정으로 승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 승화가 바로 나의 수필이었던 것이다.
생활주변에서 소재를 얻어 인생 전체의 의미를 나타낸 것이 되는 수필이고자 고심을 한다.
프로이드 선생 말을 빌리면 이른바 마조키스트라 할까, 나의 예술 (수필)을 꽃 피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련을 겪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때 다가오는 어려움들이 하나도 겁나지 않았다.
생활 방편상 직업을 갖기도 하지만 내 마음은 언제나 수필을 떠나지 않았다. 길을 가면서도 책을 익으면서도 남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수필의 소재를 염두에 두고 지냈다. 수필 한 편을 써 볼 계기가 마련되면 그날부터 나의 생활은 거기에 집약되고 만다. 나의 머리는 수필의 레이다망이었다.
어느 사람도 수필 쓰는 행위를 이렇게 비유했다.
{둥지를 짓기 위해 재료를 구하러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새가 아니며 꿀을 얻으려고 바삐 돌아다니는 벌이라 하겠다}
그렇다. 나는 한 마리의 벌이었다.
벌은 아 다닌 데 없이 쏘다닌다. 잠자는 아기의 눈곱을 따가기도 하는가 하면 온갖 꽃 속의 꿀을 빨아다가 자기 몸속으로 그야말로 진짜 꿀을 빚어내는 것이 아닌가.
소재가 수필 한 편을 쓸 만큼 정리가 되면 대강 순서를 정하고 악센트를 배치해 본다.
악센트란 다름 아닌 나의 기교다. 이것이 없으면 죽은 글이다. 내가 아니면 못 할 기가 막힌 소리를 군데군데 양념처럼 넣어야 한다. 그런데 이 기교라는 것을 이해가 가도록 풀이할 수가 없거니와 또한 공개할 생각도 없다. 요리의 비법을 알고 나면 그 집의 단골이 줄어들기 쉽다. 그 비슷한 요리는 다른 집에 가도 맛볼 수 있겠으니 말이다.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겠으나 나는 수필을 쓸 때 끝이 마음에 안 들면 발표를 보류하고 며칠이고 생각을 한다.
그러다가 실로 번개처럼 붙잡히는 결구가 생각나서 멋지게 마무리를 하고 났을 때의 쾌감이란 어찌 화폐의 액면 따위로 값을 정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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