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신화>님의 플래닛에서
타작 / 김지하
돌아라 낮도 밤도 없이
돌아라 돌아
미칠 듯 미친 사람 미치듯이 돌아라
춤추는 볏가리 낫가리 풍랑 속에
해야 밀탁배기 한 사발에
취해 돌아라 해야
죽도록 걷어 걷우어 남 좋도록만 되도록만
세상이야 그렇고 어허
그렇고 그런거지 폭폭한 흰 서리가
밤새워 내려 시름만
두터워 간다네 찬바람아 어허
미칠 듯 미친 사람 미치듯이 외쳐라
이윽고 새벽들판에도 이슬길이 열리면
잠자던 산맥이 불쑥 일어나
나락벌에 해는 이글거리고 배추빛 그저 좋은 어느 날에야
그 어느 때야 울리나
주름 깊은 가난 위에 꽹과리는 울리나
돌아라 낮도 밤도 없이
돌아라 돌아
미칠 듯 미친 사람 미치듯이 외쳐라
씨허연 쌀빛 앞에 눈멀어서 돌아라
발동기는 시커멓게 소리지르고
해는 이마 위에 번쩍번쩍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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