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화투연구소장>님의 플래닛에서
흉터 / 박홍점
물이 빠져나간 자리
주름이 지고
흉터가 먼저 울었다
흉터가 먼저 웃었다
내 어머니가 나에게 준 것
어떠한 의지도 없이 나한테 흘러들어 온 것
사람들은 때로 흉터로 나를 기억했다
나보다는 흉터에 먼저 말 걸던 이도 있었다
강물이 흘러 내 몸에도 세월같은 살이 오르고
나는 순간, 순간 흉터를 잊었다
별안간 생각이 나서 거울을 들여다보았더니
차창 밖 진달래꽃잎처럼 희미하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 사람이
찬찬히 얼굴 기웃거리더니
마침내 끄덕인다
순간, 흉 있는 아이에서 흉 있는 처녀로 훌쩍 자라
비로소 그와 내가 만난다
어머니와 형제들 고향의 골목골목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단단히 감겨진 시간과 공간이 술술 풀어진다
수많은 눈길이, 표정이, 말들이
빛으로 바람으로 왔다 간 자리
뿌리 같은 그곳
여전히 내 안에서 선명한
시집, 서정시학 <차가운 식사>
<시인 소개>
1961년 전남 보성 출생. 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차가운 식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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