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모범이발관으로 간다 / 김연성

자크라캉 2007. 2. 14. 14:17

 

                        사진<미디어다음 아고라>에서

 

범이발관으로 간다 / 김연성

 

설이 내일모레라

서둘러 동네 이발관으로 간다

일곱 살 아들과 간다 그 곳엔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앉아 쑥덕공론하는 곳

그날, 어떤 이는 죽고 또 어떤 이는

시대의 영웅이 되기도 하는데

설혹 머리 감지 않고 가도 되는 곳

그 곳에 가면 나는 왕이다

두 다리 쭉 뻗고 고개 뒤로 젖히고

두 눈도 감고 있으면

세상이 다 내 영토가 되는 곳이다

액자 속 포효하는 호랑이 울음 뒤로

영웅호걸들은 점점 사라져가고

잡담처럼 검은 머리카락이 싹둑 잘리는 동안

이 세상 온갖 소문 접할 수 있는 곳

그 곳에서 초라한 왕은

음모 같은 수염을 밀고 웃자란 일상을 자른다

귀지까지 파내면 명절이 바로 내일모레다



보아라, 눈 뜨면

꽤죄죄했던 아이의 눈도 빛나네

단돈 팔천 원에

오천 원만 더 지불하면 문을 나오네

이 풍진 세상으로 다시 돌진하네

휘적휘적 奉天가네

벽산블루밍궁으로 가네

휘파람 불며

어린 왕자의 손을 꼭 잡고,


* 현대시 2007.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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