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디어다음 아고라>에서
모범이발관으로 간다 / 김연성
설이 내일모레라
서둘러 동네 이발관으로 간다
일곱 살 아들과 간다 그 곳엔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앉아 쑥덕공론하는 곳
그날, 어떤 이는 죽고 또 어떤 이는
시대의 영웅이 되기도 하는데
설혹 머리 감지 않고 가도 되는 곳
그 곳에 가면 나는 왕이다
두 다리 쭉 뻗고 고개 뒤로 젖히고
두 눈도 감고 있으면
세상이 다 내 영토가 되는 곳이다
액자 속 포효하는 호랑이 울음 뒤로
영웅호걸들은 점점 사라져가고
잡담처럼 검은 머리카락이 싹둑 잘리는 동안
이 세상 온갖 소문 접할 수 있는 곳
그 곳에서 초라한 왕은
음모 같은 수염을 밀고 웃자란 일상을 자른다
귀지까지 파내면 명절이 바로 내일모레다
보아라, 눈 뜨면
꽤죄죄했던 아이의 눈도 빛나네
단돈 팔천 원에
오천 원만 더 지불하면 문을 나오네
이 풍진 세상으로 다시 돌진하네
휘적휘적 奉天가네
벽산블루밍궁으로 가네
휘파람 불며
어린 왕자의 손을 꼭 잡고,
* 현대시 2007.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