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oda3190mej>님의 플래닛에서
<`07년 영남일보 문학상 시 당선작>
떡갈나무 약국 / 임수련
밤새 앓고 난 후엔
딱따구리구리 마요네즈 케챱은 맛있어
인도사이다 인도사이다,
콧노랠 흥얼대며 떡갈나무약국을 찾아가죠
솜털 가운을 걸친 새들
자잘한 열매 알약들과 이슬 드링크 들고
분주하고요 떡갈잎 의자에 앉아 깔깔대는 노란 햇살들
눈꼽 씻은 바람이 흔드는 나뭇가지 소파
꼬마전구 도토리알 켜져있는 조제실 구석에선
약봉지 바스락대는 사슴벌레랑
무당벌레의 그루잠도 훔쳐볼 수 있어요
당신도 어디 아프신가요?
딱따구리구리 마요네즈 인도사이다,
콧노랠 흥얼거리며 향과 색과 소리들이 화답하는
떡갈나무 약국을 찾아가 보시죠
어린 살결처럼 싱싱한 푸른그늘 대기실에 앉아
깨알같이 쓰여진 마음의 처방전 읽고 있으면
어떤 상처도 아물게 한다는
까만 눈속에 당신을 태운 다람쥐 한 마리
지구보다 더 너른 나무의 세계로 안내해 드리고요
떡갈나무약국의 주인장 오색딱따구리와
구름트럭 끌고 약배달 온 빗방울의 경쾌한 대화도 들을 수 있죠
가끔 늦은 시간에 찾아가면 밤의 이마에 새겨진
따갑고 노란 눈동자들 등을 파고 들고
약국 처마의 기둥들이 굵어지는 걸 볼 수도 있는 곳
참 그곳엔 그 기둥들도 혼신으로 즙을 짜낸다는군요
마음이 푸석하게 부어올 땐, 딱따구리구리 마요네즈
케챱은 맛있어 인도사이다 인도사이다,
콧노랠 흥얼대며 떡갈나무약국을 찾아가봐요
'2007년 영남일보 문학상' 수상작이 결정됐습니다. 시 부문은 임수련씨(본명 임외자)의
'떡갈나무 약국', 단편소설 부문은 박정원씨(본명 박정선)의 '내일 또 봐요'가 각각당
선작으로 뽑혔습니다.
지난해 12월13일 마감된 이번 영남일보 문학상에는 시 1천335편, 단편소설 121편이
지난해 12월13일 마감된 이번 영남일보 문학상에는 시 1천335편, 단편소설 121편이
각각 접수됐습니다. 이들 중 시 83편, 단편소설 13편이 예심을 통과했습니다. 예심은
·손진은(이상 시)·이연주·우광훈씨(이상소설)가, 본심은 이기철·최동호(이상 시)·염무웅·이인화씨
(이상 소설)가 각각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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