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무지개 바다가 꾸미는 이야기>님의 플래닛에서
부레옥잠 / 신미나
한편의 시의 탄생은 한 생명의 탄생 만큼 눈부신 일이다. 수많은 독자의 기대를 받으며 신춘 정월 초하루에 태어난 시는 분명 축복받은 시임에 틀림없다. 금년도에도 그런 시가 태어났다. 당선작으로 뽑힌 신미나의 ‘부레옥잠’은 부유성 수초인 ‘부레옥잠’이라는 작은 사물을 섬세하게 묘사하여 서정성의 깊은 완성을 획득한 시이다. “몸때가 오면 열 손톱마다 비린 낮달이 선명했다//…가만 숨 고르면 몸물 오르는 소리 한 시절 너의 몸에 신전을 들였으니…” 시대와 삶을 투시하는 사상성이나 새로운 언어의 탐색은 없다 하더라도 사물에 대한 정감과 생명에 대한 여성적 상상력으로 넘치고 있는 빼어난 작품이다. 이 작품과 함께 끝까지 선자들의 손에 남았던 작품으로는 유병록의 ‘흰 와이셔츠오리떼’, 김서영의 ‘자벌레’, 박미산의 ‘파티마는 천왕봉에서 나를’, 박성준의 ‘에스컬레이터도 밟으면 꿈틀한다’, 김초영의 ‘스트렌딩 증후군’, 박도준의 ‘젖은 구두’ 등이었다. 볼링장의 레인과 벗어나지 못하는 일상을 절묘한 비유로 풀어낸 ‘흰 와이셔츠오리떼’, 엎드린 당신의 발을 끈질기게 물고 있는 삶의 늪을 묘사한 |
‘젖은 구두’, 작은 생명에 대한 놀라운 순간을 환희로 포착해낸 ‘자벌레’ 등은 충분한 수준을 보여주는 가편이었다. 시는 언어 예술의 정점이다. 필연성 없는 산문성의 경향, 언어의 무절제한 낭비, 소통 불가의 시들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치열한 시정신과 절제된 언어로서 서정시 본래의 감동을 획득하는 시인이 되기를 기대한다. 〈시인 김종해·문정희〉 |
▲ 1978년 충남 청양 생 ▲ 강릉대 대학원 국어교육과 석사 5학기 | |
어릴 적 길을 가다 빛나는 돌 하나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먼지를 뒤집어 쓴 돌들 사이, 햇빛에 반사되어 이상한 광채를 뿜는 돌이었다. 친구와 나는 그 어떤 표시도 하지 않은 채 보물을 숨기듯 그 돌을 땅에 묻었다. 그리고 약속했다. 잊지 말고 돌을 찾으러 가자고.
|
'신춘문예당선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 밖에는 봄 / 유행두<`07년 경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작> (0) | 2007.01.09 |
---|---|
떡갈나무 / 임수련<`07년 영남일보 문학상 시 당선작> (0) | 2007.01.09 |
스트랜딩 증후군 / 김초영<`07년매일신문신춘문예 시 당선작> (0) | 2007.01.09 |
트레이싱 페이퍼 / 김윤이<`07년 조선일보신춘문예 시 당선작> (0) | 2007.01.09 |
무스탕마네킹 / 유행두<`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0) | 2007.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