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끝 / 오규원
벽은 숨을 쉬려고 하는 게 아니라 굳어지려고 하는 생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벽은 언제나 주검의
냄새가 난다
길을 가다가 보면 길과 발이 서로 배가 맞아 저희들끼리 잘도 갈 때가 있다
이럴 때,
저희들의 몸뚱이를 완전히 잊어 버리는 게 근사한 경우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신념과 신명의 갈림길
--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하느님, 아니면 아무라도 좋으니,
공자, 맹자, 노자여, 우리를 어여삐 여겨 무지하고 무죄한
저희들에게 이 표지판 하나만
이라도 허락하소서
말을 사랑하는 사람은 말을 사랑하지 않고 말과 말의 사이에
있는 골짜기를 사랑한다
사랑은 그 골짜기가 높고 험할수록 깊다
말을 사랑하는 사람과 말에 미친 사람의 차이는 그
골짜기의 길을 얼마나 알려고
하느냐에 있다
☆ 프로필 | ![]() |
시인 오규원 오규원 시인은 1941년 경남 삼랑진에서 출생하였고, 부산사범학교를 거쳐쳐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현대문학』에 「겨울 나그네 」가 초회 추천되고, 1968년 「몇 개의 현상」이 추천 완료되어 등단하 였다. 시집으로『분명한 사건』 『순례』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 『이 땅에 씌어지는 抒情詩』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 『사랑 의 감옥』 『길, 골목,호텔 그리고 강물소리』 『토마토는 붉다 아니 달 콤하다』『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 『오규원 시 전집』 1 ·2 등이 있으며 시선집 『한 잎의 여자』, 시론집 『현실과 극기』 『언어 와 삶』 등과 『현대시작법』을 상자했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 수를 역임했으며 현대문학상,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대한민국예술상 등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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