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을 들여다보다 - 고형렬
인간은 벽을 만드는 존재
벽을 만들지 않고 침대를 놓을 수 없는 존재
벽 안 바닥에 식탁을 준비해야 하는 존재
어떻게 저 벽을 넘어갈 수 있었을까
직각의 벽을 타고 오르면 거기
지붕이 있는 저 미로를 인간은 어떻게 발견하고
설계했을까 내가 이 벽을 타고 그대에게
갈 수 없다는 걸 언제 알았을까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존재이유는
오직 방 만드는 일뿐이었을 테니까
그러므로 여기서 한 상상이 벽의 한계를
새롭게 열어준다, 몽골의 아침 첫추위 속에서
나는 인간의 벽을 보고 서 있다
벽 앞에서 나는 앞뒤로 열리는 두 짝의
투명한 출입문을 들여다보자
낯선 인간이 그 유리문을 밀치고 빠져나온다
아주 오래된, 피곤한 짜증스런 얼굴
저 안에 대체 어떤 통로와 방이 있는 걸까
벽 안쪽 벽에는 인간의 무엇들이 걸려 있을까
나는 지금 이 의문에 사로잡혀
영원히 그 문 앞에 서 있는 다른 한 존재
아직 돌아오지 않는 존재
출처 : 시평
글쓴이 : 시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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