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우리 식물 세밀화의 선두 주자 송훈씨 | 미술세계
2006.05.13
▲ 백제왕이 약수에 띄웠다는 '고란초' 여러해살이풀. 6~9월. 관상용, 약용. |
ⓒ2005 강인춘 |
▲ 할머니의 전설을 지닌 '할미꽃' 여러해살이풀. 4~5월. 관상용, 약용. |
ⓒ2005 강인춘 |
'살아 있어 향기가 그윽히 배어나올 줄 알았는데….'
그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쥐어 뜯으며 그림들을 모두 찢어 내동댕이 쳐 버렸다. 몇 주일을 방황했다. 무작정 산 속을 헤매고 다녔다. 후미진 곳, 가파른 낭떠러지 기슭에서 이슬을 머금고 있는 들꽃들을 보면서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다시 붓을 들었다. 이제는 손이 아닌 진정한 마음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들꽃들은 너무도 작아 서서 찾으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앉았어요. 다음에는 '엎드려라!' 그래서 엎드렸지요. 그런데 그곳에 새로운 세상이 있었습니다. 깨알보다도 더 작은 들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 왼쪽부터 강아지풀, 고사리, 제비꽃. |
ⓒ2005 강인춘 |
그럴 때마다 팔이 끊어져 나갈 듯이 아파와서 밤새 끙끙 앓는 날이 많았다고 했다.
어느 날은 너무 통증이 심해 하늘에 대고 "도와 주소서! 도와 주소서!" 통원의 기도를 했다는 걸 보면 그의 인내와 고통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어깨도 어깨려니와 식물의 줄기와 잎새에 아주 작은 미세한 잔털을 그려 낼 때에는 한동안 호흡을 멈추고서 붓을 그어야 했다. 숨도 고르게 쉬지 못하는 그런 작업과정의 연속은 결국엔 가슴을 열고 심장 수술까지 받아야만 했다. 2년전이었다. 어려운 역경들이 다투어 그의 앞을 막고 시샘했었다.
그러나 그는 결코 중도에서 포기할 수 없었다. 수술 실밥을 풀자 그는 곧바로 다시 카메라를 들고 전국의 산자락, 후미진 산골짜기까지 샅샅이 뒤지며 이름없는 들꽃을 찾아 정처없이 누비기 시작했다.
▲ 남쪽 섬 바위에 붙어 사는 '풍란'. 7~10월. 관상용. |
ⓒ2005 강인춘 |
그려오는 동안 그림의 재료도 많은 시도를 거쳤다. 처음에는 수채화로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 변하고 말아 다시 아크릴로 재작업을 했다. 아크릴은 수백년은 색깔이 변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종이도 '세목지'를 사용하다가 요즘은 100%'커튼(綿)지'로 바꾸었다.
▲ 일러스트레이터 송훈씨 | |
ⓒ2005 강인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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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송훈씨의 끈질긴 인내와 섬세한 필체로 그려진 식물 세밀화는 우리 나라 식물도감의 귀한 자료로써 후세대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출처 : 어둠 속에 갇힌 불꽃 |글쓴이 : 정중규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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