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상의 칠언; 일곱째
말씀에 대한 묵상기도
아버지, 제 영을 당신 손에 맡기옵니다. (루가 23,46)
오, 예수여, 철저히 버림받은 사람이여,
고통으로 찢겨진 당신이여,
당신은 끝에 와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가버리는 저 끝에.
영혼을 앗아가고,
사람이 스스로 선택하는 자유로운 대답인
예와 아니오까지도 앗아가는 저 끝에.
그것이 죽음이기에.
누가 앗아간단 말입니까? - 혹은 무엇이 앗아간단 말입니까?
무(無)입니까?
눈먼 운명입니까?
무자비한 자연입니까?
아니, 아버지! 하느님,
지혜와 사랑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렇게 당신은 당신 자신을 앗아가게 합니다.
당신 스스로 신뢰에 가득차서
저 보이지 않는 조용한 손에 당신을 맡깁니다.
우리, 믿음이 없이 우리 자신만을 걱정하는 인간에게는,
갑작스럽게 덮쳐 무자비하게 목을 조이는,
눈먼 운명과 죽음의 손으로 다가오는 그 손에.
그것이 아버지의 손임을 당신은 아십니다.
그리고 죽음으로 어두워져 가는 당신의 눈은 아버지를 바라봅니다.
그분 사랑의 크고 그윽한 눈 속을 들여다 보십니다.
그리고 당신 삶의 마지막 말씀을 하십니다:
아버지, 제 영을 당신 손에 맡기옵니다.
당신께 모든 것을 주셨던 그분께 당신은 모든 것을 돌려 드립니다.
확신도 유보함도 없이 모든 것을 당신 아버지의 손에 맡기십니다.
아, 그것은 버겁고 어렵고 쓰라립니다.
당신 홀로 당신 삶의 짐을 짊어져야 했습니다:
사람들, 그들의 비열함, 당신의 사명, 당신의 십자가, 실패와 죽음.
그러나 이제는 다 지나갔습니다.
이제 모든 것을, 당신까지도 아버지의 손에 맡겨도 되기에.
모든 것을.
이 손은 그렇게 잘, 부드럽게 잡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손처럼.
이 손이 당신의 영혼을 감싸안습니다.
마치 작은 새를 보호하듯 사랑스럽게 손으로 감싸안듯이.
이제 아무것도 더 이상 힘들지 않으며 모든 것이 쉽군요.
모든 것이 빛이고 은총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어떠한 힘겨움때문이든 실컷 울 수 있고
아버지가 자식의 볼에 흐르는 눈물에 입맞춤하는 거기,
하느님의 마음에서 보호받습니다.
오, 예수여,
제 가련한 영혼과 제 불쌍한 삶도
아버지의 손에 맡겨 주시렵니까?
모든 것, 내 삶의 짐, 죄의 짐을
심판의 저울대에 놓지 마시고
아.버.지. 의 손에 놓아 주소서.
제가 어디로 도망가겠습니까?
어디에 저를 숨기겠습니까?
당신한테가 아니라면.
내 쓰라림의 형제인 당신이여,
내 죄를 함께 괴로와하는 당신이여.
보십시오.
제가 오늘 당신께로 갑니다.
당신의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발에 입을 맞춥니다.
삶의 어지러운 길을 가고 있는 제 뒤를
피묻은 발걸음으로 조용히, 흔들림이 없이 확고하게
따라오고 계신 그 발에.
영원한 사랑의 주님,
모든 마음들의 마음,
창으로 꿰뚫려진 마음의 당신이여,
참으로 인내롭고 말할 수 없이 좋은 마음의 당신이여!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저를 당신의 사랑으로 받아주소서!
언젠가 당신을 향한 제 순례가 끝나고
낮이 기울어 죽음의 그림자가 저를 에워싸면,
그러면 제 인생의 끝을 위해서도
당신의 그 마지막 말씀을 해 주소서!
아버지, 그의 영을 당신 손에 맡기옵니다.
오, 좋으신 예수여. 아멘.
- [Gebete des Lebens]에서 / Karl Rahner
[삶의 기도]에서 / 칼 라너
- 우리말 옮김/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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