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심은섭
문이 열리면 저 문이 열리면
난 사막으로 돌아 가리라
녹 쓴 나팔로 폴카의 노래 부르며
신기루와 태양이 구워낸 모래알이 뒹구는
사막으로 돌아 가리라
오아시스에서 놀다가 모래바람이 손짓하면
폭풍 속 모래의 나라
난 사막으로 돌아 가리라
밤마다 나의 침실엔 모래 우는 소리
이미 모래땅에 묻힌 나는
돌아가, 사막으로 돌아가
울안에서 보석으로 살던 꿈을 버리고
모래 언덕아래 화석으로 남으리라
입안 가득 모래톱을 베어 문 지금
뼈들이 쇠잔하여 돌아갈 수 없다면
하나 둘 빠져 나가는 몸 속 깃털만이라도
내 눈알 속에서 떠도는
사막에 묻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