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seogwipo.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765
흑장미의 이중생활
심은섭
해가 질 때까지 그가 꽃을 피우는 일에 몰두하는 줄 알았다 그의 붉은 입술은 최상위 포식자들의 뇌에 중독성 음색의 광상곡을 채우는 중이었다 더구나 생의 나침판을 잃을 수 있다는 의심으로 몸에 가시를 키웠다
그 후로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날들이 빈번했다 어둠 속에서 피는 달맞이꽃에게라도 가까이 다가가려고 애절한 반음의 플랫b를 악보에 곁들였다 심지어 풍금들이 쉽게 부르도록 베토벤의 ‘운명’을 편곡하거나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하지만 돌쩌귀가
다 닳도록 찾아오던 작자연대 미상의 바람마저 종적을 감추었다 신전을 걸어 나와 정갈한 신목을 잡고 짧게 열 번 붉었고 길게 한 번 하얗게 피는 광상곡을 오선지에 그렸을 때 매미들은 한 번 부르고 열 번 죽었다
출처 : 서귀포신문(http://www.seogwipo.co.kr)
'나의 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은섭] 몸집 키우는 이재명 ‘강원 열린캠프’… 공동본부장에만 20여명 이름 올려 (0) | 2021.08.02 |
---|---|
이재명 ‘강원열린캠프' 조직 구성 마무리 (0) | 2021.08.02 |
2011 올해의 좋은시 100선 (2011 웹진 시인광장 선정) - 리디북스/심은섭 시인 (0) | 2021.05.22 |
김동명 시인의 시비(詩碑) 시비(是非)론 < 도민시론 < 오피니언 < 기사본문.... (0) | 2021.05.22 |
K 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문학의전당 시인선 78) | 심은섭 | 문학의전당.... (0) | 2021.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