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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장미의 이중생활 - 심은섭 / 출처 : 서귀포신문(http://www.seogwipo.co.kr)

자크라캉 2021. 6. 1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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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를 키우자 아무도 오지 않았다 - 서귀포신문

흑장미의 이중생활 심은섭 해가 질 때까지 그가 꽃을 피우는 일에 몰두하는 줄 알았다 그의 붉은 입술은 최상위 포식자들의 뇌에 중독성 음색의 광상곡을 채우는 중이었다 더구나 생의 나침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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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장미의 이중생활

 

심은섭

 

해가 질 때까지 그가 꽃을 피우는 일에 몰두하는 줄 알았다 그의 붉은 입술은 최상위 포식자들의 뇌에 중독성 음색의 광상곡을 채우는 중이었다 더구나 생의 나침판을 잃을 수 있다는 의심으로 몸에 가시를 키웠다

그 후로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날들이 빈번했다 어둠 속에서 피는 달맞이꽃에게라도 가까이 다가가려고 애절한 반음의 플랫b를 악보에 곁들였다 심지어 풍금들이 쉽게 부르도록 베토벤의 ‘운명’을 편곡하거나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하지만 돌쩌귀가

다 닳도록 찾아오던 작자연대 미상의 바람마저 종적을 감추었다 신전을 걸어 나와 정갈한 신목을 잡고 짧게 열 번 붉었고 길게 한 번 하얗게 피는 광상곡을 오선지에 그렸을 때 매미들은 한 번 부르고 열 번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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